ODA 규모만 늘린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프리카 3국 순방 기간 중에 2008년까지 아프리카에 대한 정부개발원조(ODA)를 1억 달러로 3배 확대한다는 소위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공표했다. 민주노동당은 노대통령의 지난해 UN 연설이후 해외 순방길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제 3세계 ODA 증액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문제는 ODA 규모를 늘린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물론 OECD 국가들의 ODA 평균의 6.2%이고,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네덜란드의 10%에 불과한 실정을 감안하면 절대적 액수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2004년 ODA 총액 한국 423백만불, 네덜란드 4,235백만불)
먼저 한국 ODA가 제 3세계에서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은 원조 선진국들이 오래전 스스로 제한한 “구속성 원조(tied aid, 원조 조건으로 공여국 기업이 수주하도록 강제하는 것)"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상원조(EDCF)를 총괄하는 재경부와 수출입은행은 ‘국익론’을 펴며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자료를 분석해 보면 전체 유상원조의 90% 이상을 5개 재벌이 독자치한 것으로 나타났다.(별첨 표 1 참조) 수원국의 입장에서 보면 선택이 상당히 제한적이고 원조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정부의 특정기업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아프리카 순방길에서도 드러났듯이 대통령이나 고위 공직자의 해외 방문에서 선물보따리 풀듯이 꺼내놓는 즉흥적인 정책이 ODA 사업의 부실화로 연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외통부와 KOICA는 지난 2월 통외통위 업무보고에서 “대외무상원조 추진전략(2006~2008)” 중, 우선 협력대상국 18개국과 일반 협력대상국 40개국 등 총 58개국을 선정했다고 보고했는데, 이번 아프리카 순방 3국은 공교롭게 모두 일반 협력대상국이었다. 또한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3년 후 한국의 ODA는 약 10억불 규모로 늘어나는데, 결국 그 10%를 이들 3개국에 투자하겠다는 것인데 종합적인 ODA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필리핀의 탈북자 협조 사례로 NSC에서 ODA 집행을 결정한 과정도 ODA 정책의 체계를 무시한 대표적 사례로 결국 사업의 부실화로 연결되었다.
13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아프리카 지원기금’ 마련을 위해 국제선 항공티켓에 1달러를 부과하겠다는 정부구상을 “자발적 참여”로 한다고 밝혔다. 전세계 빈곤 타파를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이 반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선거용으로 전락한다는 비판에 더해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ODA 자금을 충당하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하다. ODA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ODA 전략수립과 유무상 원조 체계의 정비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2006년 3월 13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