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교 옆 제2인경인고속도로 사이 공터에는 인천광역시가 만들어 세운 안내판 하나가 있다. 2003년부터 오는 2007년까지 시민의 휴식공간과 자연학습장을 만드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판에는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제갈매기, 논병아리의 그림을 그려 넣어 승기천을 도심 속에 철새가 날아드는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내판이 세워진 곳은 오가는 인적이 별로 없는 곳이다. 왜 이런 곳에 안내판을 세웠을까?
안내판의 위치도 잘못 정해진 것 같다. 물길의 흐름과 안내판의 하천지도가 같은 방향으로 일치해야 하는데 구월동 방향에 하류가 있는 것처럼 안내하고 있다. 안내판을 농산물시장 앞 승기2교 지역으로 옮겨 승기천과 안내판이 일치할 수 있도록 바로 세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구월동에서 흘러온 지류
안내판이 세워진 지점의 승기천은 구월동에서 전재울을 지나 흘러드는 지류를 처음으로 받아들인다. 지류에서 흘러드는 물의 색깔도 탁하기 그지없다. 평소에는 하수관으로 흘러들지만 비가 내리면 그대로 승기천으로 흘러 들 것이다.
제2경인 고속도로 밑에서 올려다 본 교각은 육중함을 자랑하고 지류를 받아들인 승기천은 녹색의 이끼를 깔고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다.
▲ 새싹
혹독한 추위를 이긴 풀잎은 살며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고 빨간 모자를 눌러 쓴 주민은 둔치위에 밭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남촌동을 돌아 흐르던 승기천 물길은 직강화 공사로 거의 일직선으로 강폭을 만들었다. 선학동 쪽으로 흐르는 물길은 곧은 하천 폭사이로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한 물길을 만들어 흘러간다.
흐르는 물은 살얼음을 입고 있으나 회색빛 개울가는 어느새 초록으로 새 단장을 하고 있다.
▲ 남촌동에서 흘러온 지류
승기천은 선학동에 이르러 남촌동에서 흘러드는 또 하나의 지류를 받아들인다. 제법 물의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오염된 물은 하염없이 악취를 내뿜고 있다. 여름에는 이보다 더한 악취를 뿜어 낼 것이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어지럽다.
▲ 나무와 참새
남동공단 근린공원 높은 나무의 가지 사이에 참새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재잘거린다. 선학교 아래를 지나니 아파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폐수가 하수관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오폐수를 한 곳으로 모으는 차집시설인가 보다.
▲ 차집시설
인천광역시는 지난 달 8일, 올해를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와 관련해 동북아 허브도시로 대내외적인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자연형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착공한다고 발표하면서 승기천은 1단계 공사를 완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전거 도로 설치와 하천유입오폐수 차단 등 차집시설 정비, 돌다리와 나무다리 설치 등 1단계 공사가 마무리 됐다는 인천시의 발표는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 동강 난 하수관
하수구로 흘러드는 하수관을 확인하고 승기천에 가깝게 다가서니 승기천을 가로질러 연결된 하수관이 파손된 채 한쪽 끝은 하늘을 향하고 또 다른 쪽은 연신 오폐수를 토해내고 있는 현장이 목격된다.
오폐수가 승기천으로 하염없이 흘러드는 현장을 보면서 과연 1단계 공사가 마무리 됐다는 인천광역시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없다는 확신이 선다. 전형적 탁상행정의 표본을 보는 듯해 씁쓸한 마음 지울 길 없다. 잠시 머물러 쉬고 가려던 철새마저 쫓아 버릴 것 같은 역겨움에 ‘도심 속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은 요원하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