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변호사님, 열린우리당 후보는 당신에게 맞지 않습니다\" 민주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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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03-05 1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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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출처 : 민주노동당 (서울=뉴스와이어) 2006년03월05일

강금실 전 장관님, 안녕하신지요.
저는 민주노동당 서울시장선거 당내경선에 출마한 김종철입니다. 민주노동당 대변인과 1기 최고위원, 그리고 중앙연수원장을 지낸바 있습니다. ‘전 장관’이라고 호칭을 쓰려니 조금 버거워서 그냥 현재 맡고 계신 직을 인용하여 ‘강 변호사님’이라고 이 서신에서는 부르겠습니다.

강 변호사님, 저와는 직접 만난 적도 없고 인사도 나눈 적이 없는 분께 오늘 좀 무례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강 변호사님이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조금씩 굳혀가는 것으로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 변호사님. 열린우리당은 적어도 ‘현재의’ 강 변호사님과 어울리지 않는 당입니다. 만약에 출마하신다면 민주노동당의 서울시장 후보와는 경쟁자가 되는 것인데, 잠재적 경쟁자로서 이런 편지를 드리는 것이 도의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경쟁자로서 확정이 되지 않았기에,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피하고 싶기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강 변호사님이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후보가 되는 순간 지금 본인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강 변호사께서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그 최고의 실현치는 노무현 정권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고, 정동영 의장의 대리인 수준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흔히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빈곤과 사회양극화 문제, 비정규직문제, 교육,의료,주거불평등 문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강변호사께서 후보가 되고자 하는 열린우리당이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한 일이 무엇입니까.

당장 며칠전 비정규직법 개악안이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통과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고 얘기하면서도, 아무런 사유제한도 없이 계약직 노동자를 2년까지 쓸 수 있고, 가장 비인간적이라는 파견제 노동의 문제도 전혀 개선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2년마다 대량 해고의 물결이 넘실댈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로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노동자의 단결권'에 있다는 것은 노동운동가들을 변호해보신 강변호사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도 항상적인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며 단결할 수조차 없는 노동자를 대량으로 양산하겠다는 결국 노동자들의 고통을 현행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죠. 이런 정권의 구원투수로서 강 변호사께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할 때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어쩌면 노무현 정권-열린우리당의 실정을 부드러운 미소로 막아주는 방패막이 역할에 그칠 것입니다.

주택문제는 또 어떻습니까. 서울의 주택보급율이 이미 86%이지만 주택소유율은 40%에 불과합니다. 집 한 채 마련하고자 하는 서민들의 열망을 이용하여 열린우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아파트원가공개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지켰나요. 당장 탄핵사태가 끝나자마자 대통령도 나서서 반대하고, 당 지도부도 그것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결국 총선 과반수 획득을 하고 나서 열린우리당은 서민의 입장이 아니라 건설사의 대변인이 되지 않았습니까. 오죽이나 이 문제가 심각하면 수구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이 아파트 반값을 얘기하고 나섰겠습니까.

강 변호사께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다면 집 없는 서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지난 총선 때의 열린우리당처럼 또 다른 거짓공약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과연 그런 공약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만약 아파트원가공개나 그 이상의 공약을 개인소신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들 열린우리당 소속 시장으로서 강 변호사님이 그걸 실현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서민들의 가장 큰 고통인 의료비 문제, 아이들 교육문제만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민간의료자본이 9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가 가능하겠습니까. 시장원리에 충실한 민간의료자본은 대다수 노동자, 서민을 위한 의료를 펼칠 수가 없습니다. 결국 공공의료의 확대가 해답인데 노무현 대통령은 이와는 반대로 의료영역에 시장원리를 도입하여 의료개방과 의료산업화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의료의 공공성을 부정하고 산업화를 촉진하겠다는 얘기이지요. 의료가 산업으로 존재하고, 번창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있어야 합니다. 즉, 아픈 사람이 많아야 하고, 국민들이 계속 아파줘야 합니다.

민간의료자본이 지배하는 우리나라에서 치료하는 데 수백~수천만원이 드는 중증질환에 대한 치료는 발달돼있지만, 아프기 전에 막아주는 예방의학은 지극히 부실한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들의 건강을 공공영역으로 인식하지 않고, 그저 외화벌이의 수단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대통령이 속해 있는 당의 서울시장 후보로서 강 변호사께서 공공의료 확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대학 한해 등록금이 1천만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여타 비용을 포함하면 대학생 자녀 한명에게 들어가는 돈은 1년에 수천만원이 됩니다. 이들 서민들의 자녀를 위해 강변호사가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어떤 아이의 성적이 자신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경제력으로 결정되는 이 시대에 열린우리당의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악화되는 교육불평등, 교육에 의한 빈부의 대물림 현상을 지켜보며 한마디 하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래도 한나라당보다는 낫잖아?”

강 변호사님, 노무현 대통령은 과반수 국회의석을 가지고도 서민들의 소망을 실현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로 가진 사람들 위주의 정책을 실시하여 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강 변호사께서는 서울시장으로 당선된다고 해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입니다. 서울시의회의 과반수가 한나라당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에서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은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겠지요. 그래서 더욱 말리고 싶은 것입니다.

강 변호사님, 이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지금의 강 변호사님을 보자면 예전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이 연상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80년대에 우리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가 노동운동을 하다가 구속됐을 때, 변호를 맡았다고 하지요. 그리고, 여러 학생운동가들의 변호도 맡았고요. 강 변호사께서 제3자 개입금지 혐의로 구속됐던 권영길 의원의 변호를 맡고, 지난해에는 조승수 전 의원의
억울한 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를 맡은 바 있어 민주노동당과는 인연이 남다릅니다.

저는 이러한 민주노동당과의 좋은 인연, 강 변호사께서 갖고 있는 좋은 이미지와 생각이 강 변호사님의 열린우리당 입당, 시장출마로 완전 어그러지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강 변호사께서 지금의 열린우리당의 모습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사회양극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르겠으나, 그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노동자, 농민, 서민의 눈물을 생각한다면 열린우리당의 대리인으로 나서지 않기를 진정 바라마지 않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그리고 경쟁자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은 무례한 편지가 됐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린 것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보시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강 변호사께서도 언론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강 변호사님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고민해보시기를 진지하게 부탁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새 봄에 건강하십시오.
2006년 3월 3일 화창한 봄날에
김종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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