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출처 : 민주노총 (서울=뉴스와이어) 2006년03월16일
오는 3.17일 울산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자칭 선진화를 위한 운동단체라는 ‘선진화정책운동’(공동대표 서경석 목사)이 노조 규탄집회를 연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3.9일 성명서에서 “현대차 노조는 환율 급락과 고유가, 원자재가 상승 등 당면한 회사의 경영위기에 임금동결을 통해 동참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임금이 1인당 국민소득의 4배에 달한다면서 이 같은 고임금이 현대차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그 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하여 대기업과 중소하청업체 간의 임금격차를 키워왔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중요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또 다른 이데올르기로 작동하고 있다.
첫째 그들이 내세운 연봉 6400만원은 주간 8시간이 아니라 365일을 공장에서 주야간 맞교대에 잔업과 특근을 하는 전제에서 계산된 가공의 수치이다.
지금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6,000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4인 가족이라면 가구 당 소득이 약 6400만원은 되어야 평균 국민이 되는 셈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가구 당 평균 인원수는 3.9명이므로 ‘선진화정책운동’측이 말하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야말로 한국의 가장 평균적인 소득을 유지하는 가구주가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해 현대자동차노조원들이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수준이고 여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중소기업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수준이하를 받고 있는 셈이다.
둘째 이것과 비슷한 논리로 비정규직이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은 그만큼 정규직이 많이 가져갔다는 이념적 공세가 있다. 그러나 이 논리가 성립되려면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지 않았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을 기점으로 63.4%였다가 2004년에는 58.8%로 하락했다. 다시 말해 전체 임금이 4.6%가 줄었고 그만큼 사용자가 더 많이 가져갔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생산성이 줄었는가? 생산성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1년 0.7%에서 2005년 9.3%로 비약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반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인상률은 2002년 8.2%를 기점으로 2005년 3/4분기 현재 3.9%로 하락하였다.
즉 전체 노동자의 생활수준이나 임금수준은 하락하였고 정규직노동자가 비정규직의 몫을 가져간 것이 아니라 기업주들이 비정규직의 몫을 착취하였고 정규직노동자들에게도 일정정도 몫을 빼앗아 간 것이다.
셋째 사측은 사상최대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기업 수익성은 '40년 간 가장 양호''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는 2005년 사상 최고의 당기 순이익을 실현하였다. 2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1987년 노조가 설립된 이래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한 해만 빼고 당기 순이익은 계속 증가했다. 2001년부터는 매년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하여 그들이 말하는 대로 노조 설립이래 19년 동안 한 해만 빼고는 현대자동차에서 파업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고 넋두리를 하면서도 누적 당기순이익은 10조원을 넘었다.
물론 판매 비율이 높고 부품 국산화율이 97%인 현대.기아차는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손이 커 영업이익의 감소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본은 해외공장, 계열사 지분의 평가이익 등을 합쳐 당기 순이익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태이다.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10대 그룹 계 열사들이 주주총회에서 확정지었거나 이사회에서 승인한 이사 1인당 보수한도는 지난해보다 평균 16.7%나 높아졌다.
경총은 노동자의 임금은 적정 임금인상률로 2.6%를 제시하면서 사용자들의 임금은 16.7%나 올리는 것은 대단히 파렴치한 행위이다.
이런 가운데 한화그룹은 오는 22일과 23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 1인당 보수한도를 지난해 2억6700만원에서 올해 3억87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과장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 동결을 선언했던 현대자동차그룹도 이사 1인당 보수한도를 5억7000만원에 서 8억원으로 올리기로했다. 현대자동차는 등기임원 7명 중 사내이사(3명)한테 총 34억9천만원(1인당 평균 11억600만원)을 지급했다.
이런 식으로 기업주들은 더 많이 챙겨가는 반면 비정규직에 대한 가혹한 착취 그리고 하청계열기업에 대한 단가인하압박 등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한국사회의 문제는 정규직노동자의 이기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내 것은 네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라는 통제받지 않는 기업권력의 무한 질주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국가권력에 있다.
한술 더 떠 이를 감시해야할 언론과 공익적 단체들이 오히려 이들의 기만적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어 오히려 적극적인 반노조선동을 벌이는 소란은 소위 한국의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지적수준이 얼마나 한심한 상태인가를 잘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이다.
정말 제대로 된 문제제기를 하려면 이런 정권과 자본의 파렴치한 행태를 먼저 꾸짖는 것이 순서이다.
오로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말기를 엄중히 경고한다.
2006.3.1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