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유리천장 없애기
- 5일, 부산시청에서 제1회 부산여성경제포럼 열려

5일 부산시청 국제소회의실에서 제1회 부산여성경제포럼이 열렸다.
'유리벽, 유리천장 없애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부산발전연구원 임호 도시경영사회연구부장의 사회로 노동부, 여성인력개발센터, 부산발전연구원과 부산여성회 등 부산 지역 여성경제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사기업과 별다를 바 없는 남녀차별을 겪고 있는 공공기관 여성근로자들

이번 포럼에서 부산발전연구원 안미숙 여성경제정책센터장은 부산지역의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남녀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훈련, 업무배치, 승진, 여성인력활용, 고용평등법 관련 제도 인지여부 등 고용평등 실태를 조사, 결과 발표했다.
안미숙 센터장은 “부산지역의 공공기관 여성노동자이 다른 지역에 비해 주요부서 참여율이 높아 남녀평등이 다른 지역보다 더 잘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여성노동자들은 주요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비가시적인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훈련, 업무배치, 승진, 여성인력활용, 고용평등법 관련 제도 인지여부 등으로 나눠 차별실태현황을 조사한 결과, 성차별을 개선하고 있지만 여성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비가시적인 차별은 지속되고 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안미숙 센터장은 “남녀고용평등법이 여성가족부 산하에서 노동부로 넘어가는 등 이원화된 구조 속에서 고용평등법 관련 제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부산광역시와 부산지방노동청간 지역 여성노동정책 협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단기적이고 양적 성과 중시의 고용제고 정책에서 장기적이고 질적 중심의 고용안정ㆍ평등정책으로 전환해야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여성근로자들

부산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 박경득 소장은 안미숙 센터장의 발표에 뒤이어 지난 10년 동안 평등의 전화로 상담한 내용을 분석, 여성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과 과제에 대해 발표헸다.
이 자리에서 박 소장은 “평등의 전화로 걸려오는 상담문의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임금체불이며 모성보호와 성희롱 상담이 그 뒤를 잇고 있다.”고 말하며 “여성근로자의 21.9%가 영세한 사업장에서 근로하고 있어 임금을 받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산전휴가와 같은 모성보호를 받기가 힘들다. 성희롱 예방을 책임져야하는 사장이 오히려 성희롱을 행하는 경우가 전체의 30.4%나 차지하고 있어 성희롱 상담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역설했다.
박 소장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10인 이하의 영세업체와 여성노동자가 4인 이하의 사업장은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큰 괴리감을 드러낸 토론장

정부 관계자와 여성전문가 4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번 포럼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앞서 안미숙 센터장과 박경득 소장의 발표를 경청한 첫 번째 지정토론자, 노동자를 위한 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근로감독관의 부족으로 신속ㆍ적절한 감독활동을 기대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노동권 침해사건이 발생했을 때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고 돈도 많이 들기 때문에 여성근로자들은 더욱 어려운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를 위한 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이어 “국가 인권위원회가 입법 추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며 “이번 법안이 현재 노동계와 재계간의 갈등을 빚고 있고 당 사이의 이익 논쟁으로 추상적ㆍ 선언적인 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장한 내용이 모두 포함될 때 노동자들이 보다 나은 환경 속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지정토론자인 부산지방노동청 김성근 고용평등과장은 현재 지방노동청에 접수되고 있는 성희롱 신고 건수와 성희롱 사건 발생 수 사이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와 근로감독관의 업무상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전년 한 해 동안 부산지방노동청에 접수된 성희롱 건수는 10여개로 부산여성회 박경득 소장이 발표한 전체 노동자의 30%가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는 조사결과와 상당한 수적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성희롱 신고 이후에 있는 취업문제로 여성들이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라 말했다.

또한 근로환경을 감독해야할 공무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관련, 김성근과장은 “전년도 전국적으로 750명의 공무원을 뽑았지만 부산에 41명의 공무원이 배치됐고 그 인원이 다시 각 8개 지청으로 나눠 들어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근로감독관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근로감독관은 사업자등록이 돼 있지 않는 포장마차 사업자의 임금체불까지도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즉각적인 대응이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육아 분담 의식과 모성관련 법규가 뿌리 내린다면 여성노동자가 지고 있는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더 나은 여성 근로환경 조성 위해 남성과의 네트워크가 필요
남녀고용평등법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근거로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함은 물론 모성보호와 직업능력 고양을 통해 여성근로자의 지위향상과 복지증진에 기여하도록 제정된 법률이다.
1987년 12월 4일에 제정ㆍ공포돼 최근 지난달 1일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ㆍ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포럼 참가자 대부분이 여성으로 남성참석자는 극히 드물었다. 이는 여성근로자가 겪는 문제는 전적으로 여성의 문제로 생각하는 남성의 안일한 생각이 빚어낸 결과로 분석된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임 조직도 물론 중요하지만 남성과의 네트워크를 조성했을 때에 비로소 보다 나은 여성의 근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