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의 휴먼 스토리 민주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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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04-20 04: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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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소재로 한 영화 <사생결단>(제작: MK픽처스) 언론 시사회가 18일 오후2시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류승범, 황정민 주연의 <사생결단>은, 1998년 IMF 이후의 대한민국에 존재했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알고 싶은 않았던 세계를 다룬 리얼리티 휴먼 액션 느와르다.

<바이준>과 <후아유>를 통해 20대의 젊은 감성을 '트렌드' 라는 포장을 거치지 않은 새로운 감성으로 그려내며 독특한 감각을 인정받았던 최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IMF시절, 자신을 포함하여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그 시절이 느와르 장르적으로 느껴졌다는 그는 그때 한 나라의 병폐가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고 희망을 꺽어 버렸던 현실을 배경으로 스토리를 구상했다. 그리고 2년여에 걸쳐 부산 전역을 발로 뛰며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세상의 시스템과 개인의 종속 관계, 아무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삶의 원칙을 장르적으로 풀어내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에 도달하고 싶었다는 최호 감독은 결국 4개월간의 부산 촬영을 통해 <사생결단>을 완성해냈다. 이렇게 완성된 <사생결단>은 콘트라스트 강한 드라마, 캐릭터가 진하게 묻어나는 액션, 독특한 스타일이 강조되어 최호 감독의 전작과 달리 진하고 선 굵은 연출력을 선보인다.

"류승범과 황정민, 두 열혈 악당이 펼치는 아주 터프한 드라마를 기대해 달라"는 최호 감독. 100여명의 스텝들을 이끌고 혹한의 부산에서 촬영을 마친 그의 '사생결단'이 기대된다.

세상은 늪이다...마약 중간 판매상 '상도'


"세상은 늪이다...누군가는 반드시 악어가 되고 누군가는 반드시 악어새가 된다. 은젠가는 내도 악어가 된다. 늪을 건너고 또 건너믄...은젠가는 내가 악.어.가 된다. 한 몫 단단히 잡아가...세금내고 장사하는 데로 가는 기야. 짜바리들 타치 없는 데로 씨발...멀리...징글징글한 바다를 뜨는거야..." -상도 대사 中

니 회전목마 알제?악질 형사 강력계 형사 '도경장'

니 회전목마 알제? 빙글빙글~도는...그 회전목마를 타며는 끝날 때까지 못 내린다 아이가. 음악이 끝날 때까지. 글마하고 내는 인즉도 같은 회전목마에 타고 있거덩. 빙글빙글~ 꽝~ 하고 끝날 때까지...내가 원하는 기는 오직 하나야. 지금 물뿌리는 놈...글마를 잡는 거!" -도경장 대사 中

<사생결단>은 이제껏 굳게 닫혀있던 '마약특별구역' 그 안의 인간 군상들에 본격적으로 현민경을 들이대는 첫 영화다. 비리 경찰의 끄나풀이면서, 한탕을 꿈꾸는 마약 중간 판매상과 자신의 목표를 위해 그를 잔인하게 이용하는 악질 형사. 누구보다 비즈니스 법칙에 철저한 마약 최고 상선과 현실을 잊기 위해 마약에 손을 뻗는 나약한 중독자 그리고 생존을 위해 염산통의 뚜껑을 따는 마약 제조책. 그들의 관계를 영화 속 흔한 대결 구도로 나누거나 선악의 잣대를 판단하기란 불가능하다. 독을 품고 달려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그곳에서 악행은 살기 위한 정당방위이며, 서로에게 기생과 이용, 배신을 거듭하는 그들의 공생관계는 정글 속 악어와 악어새이기 때문이다. 악어가 되기 위해 이들은 '사생결단' 할 수밖에 없다.

2006년 최고의 웰메이드 대작

<사생결단>은 2006년 최고의 웰메이드 작품이 될 것이다. 내용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 모두에서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영화, 이야기적 재미와 볼거리를 모두 갖춘 영화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2년여에 걸친 시나리오 작업, 그로 인해 정교한 디테일과 탄탄한 드라마가 어우러졌다. 여기에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최호 감독의 연출력까지. 이렇게 치밀한 프리 프러덕션 과정을 거쳐 탄생한 화려한 빛과 색이 살아 숨쉬는 스타일리쉬한 영상, 100% 부산 로케이션이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감은 감독과 촬영, 조명 감독은 물론 특수 분장, 특수 효과, 특수 시각 효과 등 모든 분야의 최고 스텝들이 모여 만든 '충무로 드림팀'인 <사생결단> 제작진이 촬영기간 내내 '사생결단'의 마음가짐으로 영화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은 결과이다.

스타일, 70년대 범죄 영화의 현대적인 재해석

최호 감독이 밝히는 <사생결단> 스타일의 원칙은 '다큐적 생생함'과 '장르'를 잘 버무리는 것으로, 70년대 스타일의 에너지의 향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촬영의 가장 큰 특징은 100%에 가까운 핸드 헬드 촬영과 적극적인 줌(zooming)의 이용이다. 여러 앵글에 걸쳐 배우들의 감정을 살리면서 편집의 가능성 역시 넓어지기 때문에 자주 사용되었다. 또한 영화 속 대부분의 액션씬에서 눈길을 끄는 2.35 : 1 시네마스코프 앵글의 수평 틀기는 후카사쿠 긴지를 비롯한 70년대 야쿠자 영화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앵글로, 가로가 긴 스크린을 수직으로 뚫고 나가는듯한 역동성을 느끼게 해준다. <프렌치 커넥션> <의리 없는 전쟁> 등 70년대 미국, 프랑스의 범죄 영화와 일본의 야쿠자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과감하고 파워풀한 표현 방식을 차용해 현란한 불야성의 항구 도시 부산의 역동성과 접목 시켰다.

시사회가 끝난 후 최호 감독, 김희라, 황정민, 류승범, 추자현이 참석한 기자 간담회가 마련되었다.

1970년부터 90년대까지 스크린을 통해 명연기를 펼쳤던 김희라. 극 중 상도의 삼촌 이택조 역을 맡았다. "내 영화 인생에서 '사생결단'을 각오하고 연기한 작품이다"고 소감을 밝히며, "영화를 수백 편 하면서 이렇게 좋은 영화는 처음 봤다."고 영화에 대해 흡족해했다.

이어 황정민, 류승범에 대해 "도대체 어디서 연기를 배웠는지 모르겠다. 연기 잘하는 후배를 두어 자랑스럽다"라며 후배 연기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악질 형사 도진광 역에 대해 황정민은 "솔직히 오늘 처음 영화를 봤는데 가슴이 답답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사는 게 힘든가 보다."며 "신이 주신 능력 중에 기억을 빨리 까먹게 하는 것은 너무 좋은 것 같다. 도진광이라는 인물은 사적인 감정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는 그냥 이용해 먹으려는 인물일 뿐이다"라고 극 중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극 중 부산 사투리를 실감나게 구사한 류승범은 "영화는 장르의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진정한 문화가 있는 것 같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 영화를 보면 다른 영화에 대한 또 다른 목마름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홍일점으로 출연한 추자현은 "감독님이 영화에 여자배우는 없다. 사람만이 있는 영화라고 했다. 여자배우라고 특별한 것은 없었다."며 이어 극 중 노출신에 대해 "영화에 노출신이 나오는데 류승범씨가 쑥스러워하지 않게 많은 배려를 해줬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70년대 브라스 록(Brass Rock)에 동양의 정서가 가미된 <사생결단>.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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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영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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