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노대통령을 이토록 오만하게 만들었나
- 노대통령의 잘못에 침묵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맹성을 촉구한다

▲ 노무현 대통령
5.31지방선거의 결과가 나오고서 노무현 대통령이 취한 언행은 오만불손하기 그지없다.
선거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참패를 당하고도 이에 대해 공식적인 의사 표명을 하지 않은 채 비서실장을 통해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며 “정책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국민의 심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이라는 점에서도 잘못이지만 국민의 심판에 대해 공식적인 의사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마저 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잘못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정책홍보토론회’라는 회의에서 “5.31지방선거가 대패라고 하는데, 한두번 선거로 국가가 잘 되고 못 되는 것은 아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나는 정치적으로 계속 역풍을 맞았지만 결국 대통령이 됐다. 역풍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을 두고 ‘노대통령이 소신을 굽히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거나 ‘노대통령의 마이 웨이 선언’이라고 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노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소신이나 개혁의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이기적인 데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발언들의 정치적 개인적 의미를 따지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이런 몰상식한 발언을 해서는 안 되리라는 점에서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그것은 탄핵을 자초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국민의 심판을 ‘역풍’으로 매도하는 것은 오만과 독선을 넘어 국민에 대한 모독이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국민을 모독하고 국민에 도전하는 대통령을 그대로 둔다면 이것은 국민적 수치요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처럼 국민을 모독하고 국민에 도전하는 노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응징할 것인가를 밝히기 이전에 노대통령은 어째서 이런 상식 밖의 발언을 하게 되었으며, 또 지금까지 이런 상식 밖의 발언을 하고도 별 탈 없이 넘어올 수 있었는지를 그 원인을 먼저 밝혀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노대통령은 왜 이런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하의 발언을 하게 되었을까? 제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실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노대통령은 취임 이후 끊임없이 ‘노무현당’을 만들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해왔고,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를 이룰 기반을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왔는데도 그것을 이룰 수 없게 된 데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가 된 것 같다.
노대통령은 영남에 기반한 ‘노무현당’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김영삼 전대통령을 찾아가 온갖 아첨을 다 했는가 하면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준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새로 만들었다.
또 집권 초기 한나라당 소속의 경남지사였던 김혁규씨를 영입해서 국무총리로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는가 하면 김두관, 이재용, 오거돈씨 등을 경남지사, 대구시장, 부산시장에 출마시키려고 장관직을 맡기기도 했다. 청와대를 지방선거에 출마시킬 후보 양성소로 활용할 정도였다. 심지어 한나라당과의 연정 제의도 영남에 기반한 ‘노무현당’을 만들어 보고자 한 계략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처럼 ‘노무현당’을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경주했는데도 ‘노무현당’을 만들 최소한의 기반마저 구축할 수 없게 되었으니 실망감이 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노대통령 특유의 보복심을 발동하여 국민의 심판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마저 갖추지 못하고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을 모독하거나 국민에게 얕잡아 보일 발언들을 해도 별탈 없었으니 국민에게 엎드려 사죄해도 부족할 이번 참패를 맞고서도 국민을 모독하고 국민에게 도전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 노대통령이 한 발언들은 지금까지의 실언이나 독선적 발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국민을 모독하고 국민에 도전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당장 무슨 큰 일이 일어나지야 않겠지만 두고두고 노대통령을 엄청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노대통령은 어째서 이런 오만과 독선을 드러내는 발언들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일차적으로 노대통령이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그것을 비판하지 아니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노사모’ 같은 대중 지지자들도 문제지만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제일 큰 문제다.
노대통령이 실언 정도가 아니라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존립을 뒤흔드는 발언들을 했을 때도 열린당 의원들은 침묵하거나 심지어 동조하였으니 노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극에 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고 해도 따끔한 경고 한 번 보내지 않았거니와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하면서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고 말해도 비판다운 비판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유시민 의원 같은 사람은 노대통령이 한나라당에 권력을 넘겨주는 연정을 하겠다는데도 노대통령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도대체 이런 사람들은 노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보는 것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처럼 노대통령이 어떤 실언을 하고 어떤 독선을 행해도 그것에 대해 항의다운 항의 한번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열린우리당 안에 없으니 노대통령이 오만과 독선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노대통령이 이렇게나 실언과 실정을 거듭해도 그것을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 야당에도 책임이 있고, 또 노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오히려 개혁으로 간주하여 노무현 정권을 옹호하는데 급급해 온 대다수 시민운동단체에도 책임이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도를 넘는 실언과 실정으로 탄핵을 자초해서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됐는데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부당하다며 탄핵을 반대한 국민들이 많았으니 국민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곧 물러날 터이니 그냥 넘기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금 와서 대통령을 탄핵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노대통령이 오직 자신의 보신을 위해 ‘노무현당’을 만드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침 대통령의 권한이 약해지는 임기말이라 노대통령의 말을 따르지 않을 사람이 많을 수는 있겠으나 지금까지의 사정으로 보아 앞으로도 노대통령을 무조건 따를 사람 또한 많을 수 있다.
국민을 모독하고 국민에 도전하는 발언을 하는데도 노대통령을 따른다면 그것은 나라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과 노대통령까지 더 어렵게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맹성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