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중심당, 제3정치세력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 희망의 푸른 물결(17) 국민은 새로운 대안 세력을 열망하고 있다

▲ 이인제 의원
나는 국민중심당 창당 직후 ‘제3정치세력을 세우자’(희망의 푸른 물결2)라는 글에서 당이 제3정치세력의 모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당의 선결과제로 선명한 깃발과 문호개방, 낡은 이념과 지역패권에 대한 비타협적 투쟁을 제기하였다.
이제 지방 총선거가 끝났다. 당은 더 이상 갈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게 패배하였다. 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사라졌고, 당의 깃발을 들고 전선에 나섰던 후보들은 대부분 전사하였다. 이제 우리는 선거결과에 대한 무한책임과 당의 진로를 다시 설정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선거참패에 대하여 지도부는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거기에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당의 임시지도부를 구성하여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당을 새로이 출발시켜야 한다. 자신들 이외에 누가 있어 당을 끌고 가느냐고? 그런 말은 이승만도 했고, 박정희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물러가도 대한민국은 건재하고 있다.
이 당은 공당(公黨)이고 또 공당이어야 한다. 실제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당이 아닌가. 자기들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당의 주인인 당원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정당은 정권을 잡아 국민에게 봉사하고자 하는 정치조직이다. 그러므로 크던 작던 정당은 정권창출 의지에 불타야 한다. 단독으로 집권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힘이 부치면 다른 정당과 연합하여 정권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런데 뭐, 당을 팔아먹는다고? 이 무슨 해괴한 발상인가. 이제 국민중심당은 작지만 강한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강렬한 정권의지를 불태우면서 말이다.
지난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은 간단하다. 국민중심당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들이 알지 못했다. 야당인지 여당인지도 구분할 수 없었다. 문호를 개방하기는커녕 측근들만 챙기며 폐쇄적으로 선거에 임하였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기득권을 가진 제1야당 한나라당의 잘못된 정책과 노선에 맞서 맹렬히 투쟁하며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국민중심당에 표를 주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자나 깨나 대선정국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패배는 우리에게 재기의 약(藥)이 될 수도 있고, 영원한 사망의 출발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뜻을 모아 당의 깃발을 선명하게 세우고 정권창출의 불꽃을 댕기는 일이 급선무이다. 그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누가 뭐라 해도 한국정치를 움직이는 거대 동력(動力)은 둘이다. 하나는 영남지역패권, 다른 하나는 호남지역패권이다. 그 패권 위에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구두선(口頭禪)처럼 동서화합을 말한다. 웃기는 이야기요,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제3정치세력이 주도하여 정권을 창출할 때에만 양대 지역패권을 극복할 수 있고, 그 위에서만 동서의 맹목적인 불신과 적대감은 사라지고 참다운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 국민중심당이 열린 자세로 제3정치세력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3정치세력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은 성숙되어 있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제3의 후보들을 지지한 민심의 양(量)은 계속 확대되었다. 1987년의 JP, 1992년의 정주영과 박찬종, 1997년의 나 이인제 그리고 지난 2002년 정몽준의 지지율은 계속 팽창하지 않았는가.
1997년 당시 선거를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나의 지지는 1등에 이르렀다. 제3의 후보가 양대 세력을 제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모두 아는 것처럼 양대 세력이 공모하여 내가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았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대대적으로 퍼트려 일주일 만에 지지를 절반으로 깎아내렸고 그 결과 나는 3등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떻게 될까? 나는 낡은 지역패권과 낡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더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므로 국민들은 양대 세력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갈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해야 한다. 국민중심당이 체제를 정비하고 제3정치세력의 중심에 서야 하는 당위(當爲)가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우리에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누가 제3정치세력의 후보로 떠오르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이제 시간이 되면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조직은 하루아침에 건설되지 않는다. 걸출한 제3의 후보가 떠올라도 조직이 뒷밭침하지 않으면 뜻을 이루기 어렵다.
더 이상 실패가 있어서는 안 된다. 내년에도 양대 세력의 패권 다툼만으로 정권이 탄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 사회에서 불신과 적대가 사라지겠는가. 분열과 갈등이 치유될 것인가. 오히려 더 증폭될 것이다. 제3정치세력이 주도적으로 정권을 만들 때에만 국민적 통합과 새로운 도약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우리 당원들의 애국적 열정을 믿는다. 나는 평당원의 한사람으로 제3정치세력의 정권창출을 위해 헌신하려 한다. 만난(萬難)을 뚫고 큰 길을 열고자 한다. 거기에서 우리 정치가 질곡(桎梏)을 벗어나 새로운 희망의 지평에 이를 것이다.
희망의 정치, 그 지평을 여는 일, 그것이 나와 우리 당원들에게 주어진 시대의 소명(召命)이라 믿는다.
2006. 7. 5
이 인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