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민주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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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07-10 06: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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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캐스팅과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 처리로 방영 시작과 함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주몽'. 눈을 즐겁게 하는 멋진 영상이외에도 주몽의 인간적인 내면 묘사에도 초점을 맞춘 드라마 '주몽'은 승승장구하며 방영 4주만에 주간 시청률 1위를 탈환했다.

주몽이 고구려의 시조인 것은 굳이 드라마를 보지 않더라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주몽이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입양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주몽신화에 따르면 하백의 딸이자 주몽의 생모인 유화는 해모수가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끝내 부모에게 쫓겨나 우발수에서 혼자 살고 있다 금와왕을 만나게 된다. 금와왕은 유화를 불쌍히 여겨 자신의 궁으로 데려와 유폐시키고 유하가 낳은 알에서 태어난 주몽을 거둬키우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입양이라 할 수 있다.

입양은 크게 어린 미혼모나 자식을 도저히 키울 수 없는 환경에 처한 부부가 자발적으로 아동의 친권을 포기하는 경우와 아동을 유기, 확대, 보호태만 등의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친권을 강제적으로 포기하게 만드는 경우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데, 주몽의 경우는 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입양, 특히 국내입양은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이면서 동시에 어색한 단어이기도 하다. 1988년 이후로 국내입양을 활성화 하자는 여론이 불었지만 여전히 국외입양이 차지하는 비율은 국내입양보다 20%가 더 높다. 2005년도에 입양된 아동 수만 살펴보더라도 3천 562명 중 천 461명은 국내, 2천 101명은 국외로 입양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입양 활성화의 장애물

현재와 같은 형태의 입양은 지난 1956년 미국인 홀트에 의해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홀트는 1955년 한국전쟁으로 고통받는 한국 어린이에 대한 영화를 보고 한국의 전쟁고아 8명을 입양ㆍ양육했으며 1956년에는 한국 고아들을 국외입양 시키기 위해 대한구세군 본영 안에 사무실을 개설,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다.

1957년부터 국내입양도 같이 추진했으나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입양은 우리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입양이 우리사회에 뿌리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먼저, 한국사회가 강한 혈연주의 문화를 토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입양의 목적이 오로지 가계계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들 수 있다. 현재, 입양은 출산이라는 자연적인 방식이외에 자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인식보다는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가정환경을 제공한다는 인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러나 유독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혈통을 중시하는 유교적 가족관때문에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지 못한 채 가정의 따스한 손길이 필요한 많은 아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심각한 사회적인 편견도 국내입양을 막고 있는 장애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사회적 편견은 국내입양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인 비밀입양을 종용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입양부모는 출산으로 부모-자녀관계를 맺은 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의 자식이 사회의 냉대와 차별을 받는 것을 억울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비밀입양은 빠른 속도로 파급됐으며 현재 국내입양의 한 특징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또한 지나치게 선별적으로 아이를 입양한다는 점도 국내입양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장애요소 중 하나이다. 국내입양을 원하는 대부분의 부부가 자신이 입양할 아이의 생모가 적어도 고등학교 이상 졸업한 20대 여성이길 원하며 입양할 아이는 반드시 친부모의 기억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국내입양은 더더욱 활성화되기가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는 친부모의 기억이 없는 신생아보다는 가족해체로 인한 가정의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현실과는 괴리되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청소년보다 신생아 입양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국내입양 정책의 문제점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는 저출산문제로 아동수당정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장애아동을 입양한 가정이외에는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입양은 국가와 부부, 입양기관이 삼대 축이 됐을 때 비로소 제대로 이뤄지지만 우리사회는 아직도 입양부부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국가나 입양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입양촉진법이 개정돼 입양아를 친자로 입적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나 여전히 입양기록이 존재, 입양부모의 근심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아울러 입양에 대한 국민의 낮은 인식도도 한 몫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입양이 자식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식을 얻기 위해 마지막으로 행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 자식이 있는 대부분의 부부는 입양을 자신과 상관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입양은 더 이상 법적인 절차를 통해 부모-자녀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이 아닌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정환경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따라서 국가는 입양이 불임 부부가 행하는 일련의 행위가 아닌 사회에 소외된 아이들에게 행복한 가정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받아 들일 수 있도록 국민의 국내입양에 대한 인식을 바꾸도록 교육해야 하며 매스컴을 이용, 국내입양을 활성화 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내입양 인식 전환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

우리는 지난 2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느라 밤잠을 설쳐가며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 등 여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 뿌듯해 했다.

그러던 와중 우리는 프리스타일 남자모글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한 미국선수에게 집중했다. 그의 이름은 토비 도슨(29세, 미국). 그는 프리스타일 스키를 주종목으로 하는 미국의 유망주로 2004년 스키 모글 월드컵에서 종합 2위, 2006년 05~06시즌 프리스타일 월드컵 스키 남자 모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가 그에게 집중한 것은 그의 화려한 수상경력 때문이 아니라 부산 출생으로 4살이 되던 82년,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아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입양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토비 도슨을 보며 뿌듯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은 잘못된 것이다. 토비 도슨은 우리가 껴안아 키웠어야할 우리의 아이였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보듬어 키우지 않고 미국이라는 타국으로 그를 보냈다. 우리는 그를 보며 가슴 뿌듯한 감정보다는 그를 미국으로 입양보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껴야 함이 순리이다. 즉, 토비 도슨 사례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국내입양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입양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자료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입양을 원하는 부부나 가정이 입양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자료를 원할 때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즉, 입양 부모의 입양 동기나 입양아의 성장과정을 알리는 등 성공적인 입양 사례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입양을 원하는 부부와 가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입양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을 많이 느낀다. 이는 입양을 통해 느끼는 기쁨보다 불안, 부담, 어려움, 고통이 훨씬 클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입양을 했을 때 느끼는 부담이나 어려움이 큰만큼 기쁨 역시 크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입양부모 중 몇몇은 아이를 입양한 후 겪는 현실적인 면보다는 자신들의 환상에 사로잡혀 입양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입양을 하고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져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며 파양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입양 체험 프로그램을 신설, 입양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두려움 해소를, 입양을 원하는 부부나 가정에게는 입양 후 처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경험할 수 있게해 보다 신중한 입양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입양에 대한 사회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2005년 5월 3일 정부는 「아동복지정책 추진상황 및 향후 계획」에서 입양관련 내용을 교과서를 개편할 때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물론 아직까지 이것이 실행되고 있지는 않으나 입양에 대한 내용을 반드시 교과서에 실어 어릴 때부터 입양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보다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받아 들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내입양이 저조한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국민의 입양에 대한 낮은 인식문제 때문이다. 국민의 입양에 대한 낮은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학교 교육이 끝난 성인들에게는 매스컴 등을 이용한 교육이 필요하며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교과서에 입양관련 내용을 포함시켜 어릴 때부터 교육시킴으로써 입양에 대한 낮은 인식을 서서히 타파해 나가야 한다.

진정한 입양은 국가, 입양기관, 부모가 하나가 됐을 때 이뤄진다.

2005년 통계에 따르면 부산은 홀트 아동 복지회라는 1개 입양기관이 있으며 전년 한 해동안 6명의 아이가 입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2005년 한 해 동안 천 87명에 비하면 ‘엄청나게 적은’이라는 표현이 부끄러울만큼 적은 수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입양에 대한 많은 홍보와 교육을 통한 입양에 대한 낮은 인식을 타파해 나간다면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불러올 것이라 기대된다. 즉, 입양은 입양기관과 입양부모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행위가 아니라 국가와 입양기관, 입양담당 사회복지사, 부모, 지역사회가 모두 연계된 행위이다.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입양을 특별한 행위가 아닌 우리 국민이 해나가야할 행위로 인식될 때 비로소 국민의 입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물론, 입양의 활성화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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