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재보선 과정에서 "'비(非)노-반(反)한'이냐, '반(反)노-비(非)한'이냐" 논란이 한창이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부터도 제각각이다. 어떤 곳은 '비노-반한' 세력이라 쓰고, 또 어떤 곳은 '반노-비한' 세력이라고 표현한다.

'비노-반한'은 '비(非)노무현 반(反)한나라당' 세력이 결집해야 한다는 움직임이고, '반노-비한'은 '반(反)노무현-비(非)한나라당' 세력으로 뭉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별거 아닌 것같지만, 그 차이는 크다.
'비노-반한'을 주장하는 쪽은 노무현에 비우호적인 정치세력이 결집하여 내년 대선전에서 한나라당과 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과는 어떤 경우에도 함께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결집한다면 그것은 수구 한나라당과 개혁세력의 구도여야 한다는 논리다.
'반노-비한'을 주장하는 쪽은 노무현 정권을 노무현에 의해 잘못 세팅된 실패한 개혁 정권으로 보고 모든 정파를 초월하여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어 대선전에 임해야 한다는 논리다. 필요하다면 한나라당내 개혁세력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노무현에 대한 반감이 큰 이들이 주로 견지하고 있다.
이 논란은 열린우리당의 파행으로 어느 정도는 예견되어 있었다. 대선전이 시작되고 정치권의 새판짜기가 시작되면 노선과 관련하여 결국 정리되지 않으면 안 될 문제였다. 그것이 성북 을 보궐 선거의 복잡한 선거구도 때문에 조금 일찍 표면화된 것일 뿐이다. 이인제 국민중심당 의원과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그리고 김진홍, 유석춘 등 일부 보수 인사가 민주당의 조순형 후보를 지지하면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혀 다소 때이른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실 '비노냐 반노냐' 하는 것은 다분히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선 정국에서는 '비(非)노무현 반(反)한나라당' 세력으로 결집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이번 선거에서 '비(非)노'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 열린우리당과 지지자가 겹치는 민주당으로서는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계산이 '(反)노무현'의 기치를 내걸 수밖에 없게 했을 거라는 의미다.
오늘 치러지는 재보선은 비록 4곳에서 치러지는 작은 규모지만 그 결과가 몰고올 파장은 적지 않다. 특히 성북을 후보로 나선 민주당 조순형 후보의 당선 여부는, 지난 탄핵 정국과 새로운 대안정치세력 출현에 대한 바람과 연결되면서 정치권의 지각 변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조순형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다고 해도, 만일 조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와 근소한 표 차이를 유지하거나 열린우리당 후보를 상당한 차이로 따돌리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 정치권의 새판짜기 움직임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방금 전 6시부터 투표가 시작되었다. 전략적 선택이건 기본적 노선의 천명이건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비노-반한'이냐, '반노-비한'이냐"의 논란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선거를 보는 주요한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이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