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세무민하는 국정브리핑을 당장 걷어 치워라! 민주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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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07-26 18: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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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FTA의 선결조건으로 스크린쿼터를 비롯한 4대 과제를 미국에 헌납했음을 고백한 청와대가 이제와서 국정브리핑을 통해 스크린쿼터 축소는 정당했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초지일관 내세웠던 변명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습 장애가 있는 정부를 위해 이미 6개월간의 투쟁을 통해 수없이 반복해왔던 설명을 다시한번 할 수밖에 없다.

국정브리핑이 내세운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변명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영화가 양적으로 성장해 이미 기존 쿼터일수를 초과하고 있으므로 쿼터는 없어도 된다는 것.
둘째, 한국영화의 질적 수준이 높아 수출도 잘되고 영화제에서 수상도 하며, 제작 배급 투자 시스템마저 선진화했으므로 쿼터가 없어도 대외 경쟁력이 있다는 것.
셋째, 한미 FTA 협상에 스크린쿼터를 가져갔을 경우, 축소가 아니라 폐지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나마 축소로 끝낸 것이 다행이라는 것.
넷째, 자본이 많이 들어간 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므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시장을 독식할 우려는 없다는 것.
다섯째, 국내 배급사의 역량이 직배사를 넘어서므로 할리우드 직배사의 시장 지배 가능성이 없다는 것.


차근차근 짚어보자 우선 첫 번째 주장에서 우리 영화 산업의 규모가 커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억 5천만명에 가까운 관객 규모와 9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이 스크린쿼터 축소의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스크린쿼터란 한국영화산업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를 대비한 최후의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장은 지금 댐에 물이 반밖에 차지 않아 별 쓸모가 없으니 댐을 없애자는 것과 같다. 그들은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날 가능성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다. 영화산업은 날씨만큼이나 변화를 예측할 수 없고, 그만큼 위험요소가 큰 산업이다. 당장 은행에서 대출도 해주지 않을 정도로 영화산업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신용도는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점유율이라는 얄팍한 시장 상황만을 근거로 스크린쿼터를 없애지 못해 안달하는 정부의 모습은 적어도 이 나라의 영화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정부의 태도는 분명 아니다. 점유율이 갖는 허점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될 테지만, 1월에 70%였던 한국영화 점유율이 이번 6월, 28%까지 곤두박칠쳤다는 점만을 얘기하겠다.

두 번째 주장은 현재 영화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이기에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한국영화산업의 질적 수준이 정말 쿼터를 축소해도 무방할만큼 시장의 안정성을 담보하고 있을까? 대답은 단언컨대 NO!이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제작가협회와 영화인회의, 한국영화산업노조 등 영화계 단체들에 의해 제작, 유통, 배급 시스템을 정비하고자하는 자발적인 노력이 한창이다. 안타깝게도 이 말은 아직까지 한국영화계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여전히 한국영화의 평균적인 수익성은 마이너스 10%대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거대 극장체인과 거대 배급사의 시장 지배력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투자 배급이 일부 영화에 집중됨에 따라 소위 초대박 영화들과 일반 영화들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영화산업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중견 제작사, 배급사들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몰리고 있다. 작품 하나만 흥행에 실패해도 회사가 문을 닫을 걱정을 해야하는 것이 우리 영화계의 현실이다.

또 수출을 보면 분명 2005년에도 전체 수출규모는 전년도에 비해 30%가 증가했지만, 이는 전년도의 830%증가에 비하면 정체 수준이다. 또한 우리 영화의 수출액 7600만 달러 중 일본 수출이 6000만 달러에 달해 일본 수출이 일부 배우 신드롬에 기인한 수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영진위가 발표한 2005년 수출실적 보고서는 “일본에서의 한류의 영향력의 정도에 따라 한국영화의 전체 수출실적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고 밝히며, “완만하나 지속적인 수출액의 상승을 보이던 유럽지역이 작으나마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과 일본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수출액은 턱없이 미미한 현상을 보면 2005년 한국영화 수출액의 상승에 단순히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2005년 일본에 수출된 한국영화들이 대부분 흥행에 참패하면서 지금은 일본으로부터의 수출 문의가 뚝 끊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 외 미국 시장은 우리 작품이 직접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작품의 이야기만을 따가는 리메이크 판권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은 허상에 불과하다.

세 번째 주장에 대해서는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정작 스크린쿼터를 막무가내로 축소해버린 정부가 “우리가 아니었으면 폐지될 뻔 했으니 고마운줄 알아”라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이는 한미 FTA가 결국 미국이 원하는 경제질서를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한 수단임을 만천하게 공개하는 얘기이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한미FTA는 ‘축소’로 끝날 일을 ‘폐지’로 이어지게 만드는 무서운 자리이니까 말이다.

네 번째 주장 또한 누차 대답을 한 내용이다. 우선 정부가 예로 들고 있는 ‘왕의남자’와 ‘실미도’는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단 두 차례 나온 희귀 사례이다. 두 가지 사례는 영화산업 관련 통계 분석을 한다거나 수익성을 분석할 때조차 특이치로 분류하여 실제 분석 결과에는 반영하는 않을 정도이다. 그런 사례를 한국 영화산업의 일반적인 특징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의 박약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다.

또 정부가 말한 대로 자본이 많이 들어간 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할 가능성과 기회는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예로 든 “왕의남자”가 순제작비는 적게 들었을지언정 추가로 들어간 P&A 비용은 엄청난 규모이다. 또 150억이 들어갔다는 ‘태풍’이 작품성에 대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의 흥행 성적이나마 거둔 것 역시 배급과 마케팅 부문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자본 덕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자본력의 싸움은 작품을 만드는 것 보다는 그 작품을 파는 배급과 마케팅에서 결정난다. 영화계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영화계는 작품성 면에서 할리우드 영화에 뒤지지 않는 영화를 만들 자신이 있음을 누누이 밝혀 왔다. 그러나 유통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맞짱 뜰 자신은 없음을 솔직히 밝혀왔다. 해외 영화제에서 유수의 상을 탄 영화들이 국내외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봐야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배급사 대 직배사의 경쟁에서 국내 배급사의 시장점유율이 우위에 있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한국영화 대 미국영화의 대립항을 국내 배급사 대 직배사의 대립항으로 옮겨놓은 것인데, 여기에 함정이 숨어있다. 국내 배급사, 특히 가장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3대 배급사가 수입하는 외화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CJ(시네마서비스 포함), 쇼박스, 롯데가 배급한 외화는 39편이며 한국영화는 49편이다. CJ의 경우 총 24편의 외화를 배급하였는데, 이 중 인디영화로 소개된 5편을 제외한다고 해도 한국영화보다 오히려 많은 수의 외화를 배급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기업 자본이 바탕이 된 3대 배급사가 온전히 한국영화의 제작 투자에 올인하는 것이 아님이 자명한 상황에서 한국영화는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언제라도 외국영화로 교체 가능하다. 자본은 이미 상품으로 전락한 영화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적시해야한다. 특히 이들 배급사가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극장을 기본 사업으로 하는 모기업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 배급의 불안정성은 더욱 높다. 결국 한국영화는 국내 배급사의 영화 절반과 직배사의 영화 전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말하는 국내 배급사의 막강한 영향력이 한국영화의 생존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한 준비는 스크린쿼터 축소가 문제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영화계 내외에서 자발적으로 준비되어 왔다. 영화계의 다양성 확보 문제나 산업합리화 문제는 이미 2기 영진위가 출범하던 2001년부터 논의되어왔고, 영화진흥금고 고갈로 인한 기금 조달 문제도 2004년 문예진흥기금이 중단되었을 당시부터 영진위 최대 과제로 논의되었던 부분이다. 이제 와서 이를 스크린쿼터 축소의 대가로 영화계를 위해 준비했다는 듯이 선심쓰듯 말하는 정부의 태도는 오히려 그동안 영화계가 준비해오던 그 수많은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정부를 앞으로 영화산업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파트너라 여겼던 영화계의 믿음이 모두 깨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적반하장 격으로 영화산업의 미래를 담보로 회유와 협박을 일삼는 정부의 태도가 어이없을 따름이다. 혹세무민하는 국정브리핑을 당장 걷어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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