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야기’는 죽은 권력이 부패하며 풍기는 악취다
- 희망의 푸른 물결(21) - 권력과 부패

▲ 이인제 의원
무릇 살아있는 생명체는 죽는다. 그리고 죽으면 부패하게 마련이다. 또 살아있는 생명체가 부패하면 죽음에 이른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권력 또한 생명체이다. 탄생이 있고 소멸이 있다. 권력은 목적을 향해 의지를 갖고 수단을 동원하며 움직인다. 그 권력도 부패하면 죽음에 이른다. 또 권력이 그 정당성을 상실하여 이미 정신적으로 사망하면 부패가 따라온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경구(警句)가 있다. 총칼로 비판을 억압하는 정권만 절대 권력이 아니다. 비판에 눈을 감고 제 멋대로 나가는 정권 또한 절대 권력과 다르지 않다. 환상으로 대중의 희망을 빼앗는 포퓰리즘 정권이 오히려 질적으로 더 나쁘다고 말할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하루에도 수 없이 ‘바다 이야기’ 간판을 본다. 비서들에게 저게 뭐 하는 곳이냐고 물으면 무슨 상품권을 놓고 도박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나는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아 내용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사건이 터져 내용을 알게 되면서 나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첫째, 어떻게 이런 도박판이 정부에 의해 제도적으로 일반화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도박은 매춘, 마약과 함께 범죄 조직이나 관심을 갖는 어둠의 비지니스 아닌가. 그래서 어느 나라도 아주 제한적으로 도박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그런데 노 정권이 이런 도박을 우리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만연하게 만든 것이다.
나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이렇게 전국을 도박판으로 만든 정권이 존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일이 없다. 참으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이야기이다. 노 정권은 참으로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질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절망의 수렁에 빠졌는가. 아편처럼 우리 사회에 퍼트린 해악은 또 얼마인가.
둘째, 이 같은 광범위한 불법 도박이 성행하는데도 어떻게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노 정권이 탈법적으로 합법의 형식을 만들어주었다 하더라도 내용과 실질이 도박이면 명백히 불법이 된다. 그 많은 경찰과 검찰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국회 또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또 사회가 부패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할 언론과 시민사회의 기능도 다 마비되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왜 그랬을까. 모든 언론들이 이제야 들고 일어나 문제를 파헤치려 한다. 바라건대 끝장을 볼 때까지 그 의지를 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부패추방을 외치던 그 많은 시민단체는 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다. 그들의 침묵은 바로 그들이 노 정권과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끝으로 권력의 핵심이 취하는 한심한 태도이다. 국민들은 아직 바다 이야기를 알지도 못하는데, 대통령이 나서 자기 정권에서 잘못된 것은 바다 이야기 밖에 없다고 한다. 이어서 바다 이야기는 게이트가 아니라고 선언한다. 또 자기 조카가 관여되지 않았다고 단정한다. 여당 의원들을 급거 청와대로 불러 아무 일 없으니 안심하라고 한다.
아무리 선의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행태이다. 자기는 바다 이야기의 배경을 미리 조사해서 다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는 더 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 사기 불법 도박이 성행하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한 대통령에게는 도대체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할까.
그것이 아니라면 알지도 못하면서 미리 결론을 내 수사기관의 칼로부터 정권의 치부를 보호하려는 의도라면 이 또한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
‘바다 이야기’ 사건의 본질은 노 정권이 권력을 남용하여 나라를 도박판으로 만들어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국민정신에 돌이킬 수 없는 해독을 끼친 데 있다. 여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국민이 직접 묻는 수밖에 없다. 국민저항권이 바로 그것이다. 노 정권에 있어서 이제 더 이상 국가를 경영할 도덕적 기반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붕괴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 스스로 참회하고 진퇴를 결단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믿는다.
노 정권이 이런 길로 들어선 것은 권력의 생명이 이미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적 정권이라면 여론을 살피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생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노 정권은 국민의 뜻을 짓밟고 여론을 거스르며 질주해 왔다. 이미 국민의 권력이 아니라 그들만의 권력으로 전락한지 오래 되었다. 그러니 그 권력에 무슨 생명이 있겠는가.
‘바다 이야기’는 그 죽은 권력이 부패하며 풍기는 악취에 다름 아니다.
뭐, 게이트가 아니라고! 그 불법적인 도박을 통해 얻어지는 천문학적 이익을 직접 게임을 개발하고, 업소를 운영하고, 상품권을 판매하는 사람들만 오순도순 나누어 가졌다는 말을 믿으라고! 많은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벌떼처럼 덤벼들어 빨대를 대고 그 이익을 나누어 먹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상식이다. 이제 이 땅의 사정기관은 운명을 걸고 부패와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 역사와 국민에게 충성해야 할 것이다.
부패한 권력은 생명의 바다에 침몰시키면 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 부패한 권력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위대한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여 새로운 생명으로 변환(變換)시킨다. 이 새로운 바다 이야기를 이제는 우리 국민이 만들어야 한다.
2006. 08. 23
이 인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