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무현 대통령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화와 제재 병행론’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반대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지난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발표한 직후 열린 특별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 실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사태”라고 규정하고 “정부도 이 마당에 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하면서, “이제 한국이 제재와 압력이라는 국제사회의 강경수단 주장에 대해 ‘대화만을 계속하자’고 강조할 수 있는 입지가 없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에 이어 그는 지난 11일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 초청 간담회에서 “온건하고 안정된 대화의 방법을 추구할 때는 추구하고, 강경하게 조치해 나가야 할 때는 조치해나가야 한다”라고 천명했다. 즉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이른바 ‘대화와 제재 병행론’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이런 입장 표명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다수 의원들은 물론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북포용정책 곧 햇볕정책을 고수해야 하고 ‘북한 핵 폐기를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노 대통령의 ‘대화와 제재 병행론’을 ‘대통령의 철학부재’니 ‘우왕좌왕 하고 있다’느니 하는 말로 비난하고, 한나라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노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직후 대북포용정책을 수정할 듯이 말했다가 다시 U턴해서 포용정책을 그대로 밀고나가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 노 대통령의 ‘대화와 제재 병행론’은 잘못된 것일까?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그러한 방법으로는 도저히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할 수 없을 경우 유엔 등이 취하는 제재조치에 동참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왜 잘못이라는 것인가? 특히 유엔이 제재를 결의할 경우 따르지 않을 방법이라도 있는 것인가?
대화든 제재든 어떤 방법으로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의 생존은 물론 북한의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한국은 물론 북한도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엔까지(중국과 러시아도 포함됨) 대북제재에 나서게 되면 그것은 초기에는 경제제재에 머무를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을 가져오고 그것은 마침내 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평화가 유지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게 해야 한다. 북한에 핵무기가 있는 한 한반도에서의 대격돌과 한민족의 대재앙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혹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더라도 그것을 그냥 넘기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은 어느 면에서나 옳지도 않고 비현실적이다. 우리로서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러시아도 절대로 그냥 넘기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게 되어 있다.
요컨대 북한의 핵무기는 폐기되게 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가 폐기되어야 한반도의 평화유지는 물론 북한과 남한 사람들의 안전 또한 보장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을 강구해야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할 수 있을까? 대화만으로 이것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체제의 비효율성과 북한 정권의 폐쇄성으로 인한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어 북한 외부의 압박은 물론 북한 내부의 도전으로 체제와 정권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김정일정권은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북한 외부의 압박은 물론 북한 내부의 도전을 이겨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으로서는 외부의 어떤 비난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가지려 하는 것이다. 다만 북한의 체제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갖는 것이지만 핵무기를 갖는 것이 오히려 북한의 체제와 정권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할 때만 둘 가운데 어느 길로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어 있다. 즉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옥쇄작전을 펴든가, 아니면 핵무기를 포기하면서 생존을 연장해보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인가? 대화로 핵무기 포기를 촉구하되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음을 밝히고, 그리고 그 제재는 마침내 군사제재에까지 이를 수밖에 없음을 암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북한이 남한을 정면으로 공격할 명분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북한정권 붕괴 이후 북한을 접수하려면 북한 인민의 비위를 건드리는 일을 삼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군사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말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지금 중국, 러시아 등도 경제제재에는 동의하되 군사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것은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전술일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그들 내심으로는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북한정권이 붕괴하는 상황을 고려해서 북한 정권 담당자나 북한 인민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제제재, 해상봉쇄 등은 군사충돌로 나타날 수밖에 없고, 그것은 필경 군사제재로 나타날 것임을 중국이나 러시아가 모를 리 없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도 북한을 군사적으로 침공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 또한 현단계에서의 전술일 뿐이다. 지금 그렇게 말해야 군사제재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북한이 미국의 경제제재 내지 군사적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것은 미국이 군사적 제재를 가할 경우 남한 주민들의 엄청난 희생이 있을 것이니, 이것을 각오한 군사적 제재는 할 수 없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남한 사람들(물론 북한 인민들도 포함됨)을 인질로 잡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 쪽에서 ‘대화를 통해서만 북한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거나, ‘군사적 제재를 반대하는 것은 물론 경제제재조차 반대한다’고 하면서, 심지어 ‘몸을 던져서라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막아야 한다’고 한다면 이것 같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군사제재도 가할 듯이 말함으로써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군사제재가 필요 없게 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 군사제재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게 되면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오히려 군사제재와 함께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로 나타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따라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은 말은 그럴 듯하지만 그것은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함으로써 군사제재가 있게 함과 아울러 전쟁이 발발하게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화 일변도론’이야말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부추기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케 하는 일이 되리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