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정권에 놀아나는 남한사회의 무지와 반역

▲ 황장엽 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
남한사회의 많은 부문이 북한정권에 놀아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한두 가지 사건에 국한하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주사파’라고 하는 ‘친북세력’이 북한정권에 놀아나는 것이야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북한의 공산주의체제와 북한의 정권 담당자를 원수같이 생각하는 이른바 ‘수구꼴통’이라는 ‘반북세력’도 북한정권에 놀아나면서 북한정권의 유지를 위해 돕는 경우가 너무도 많은 것은 기이한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97년 북한 정권에 의한 전쟁도발을 막기 위해 생명을 걸고 남한으로 ‘귀순’했다는 황장엽 씨의 경우 그의 발언 대부분은 그가 정립했다는 주체사상에 입각해 건설한 ‘주체의 나라’ 북한의 존립을 위한 것인데도, 그가 지금 남한에서 반공 ‧ 반북 세력의 영웅이 되고 있으니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기가 막힌다.
황장엽 씨가 왜 남한으로 귀순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국가안전기획부가 상당기간에 걸쳐 조사를 하고서도 그가 ‘위장’ 귀순한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으니 그의 말대로 민족의 참화를 가져올 전쟁도발을 막기 위해 남한으로 ‘귀순’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그가 남한에 와서 하는 말을 보면 북한체제와 북한정권의 유지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뿐이어서 그의 ‘귀순’마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글은 그의 귀순이 위장이냐 진실이냐를 따지려는 글이 아니다. 그가 어떤 동기로 남한으로 왔건 그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체제와 정권의 유지에 기여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그런데도 그를 반공 ‧ 반북 투쟁의 지도자로 섬기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그러니까 자기가 정립한 주체사상의 나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곧 북한의 유지를 위해 생명을 걸고 투쟁하고 있는 황장엽 씨를 북한의 붕괴를 위해 생명을 걸다시피 하고서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개인도 아니고 집단적으로 그를 영웅시한 것으로 뒷날 밝혀지게 된다면 이것은 그들만의 수치가 아니라 민족의 수치가 될 것 같아 두렵기조차 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수고꼴통’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친북세력’에게도 꼭 같이 일어나고 있어 이들 또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면 황장엽 씨의 발언이 왜 북한정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의 주요발언을 통해 밝혀보고자 한다.
우선 황장엽 씨는 1997년 4월 20일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제일성으로 ‘지금 남한에는 북한이 남침해서 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은 머저리 가운데 상머저리이다. 북한의 김정일은 적화통일을 위한 남침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말하면서 ‘또 남한에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돕자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북한을 돕는 것은 화근덩어리를 키우는 것일 뿐이다’ 즉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우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위의 두 가지 발언은 남한의 안기부 내지 반공 ‧ 반북세력이 할 만한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 즉 그의 이 말은 그 말의 사실여부를 떠나 북한정권을 비난하거나 반대하는 말로 인식되는 것이 남한 내의 정서이다.
그러나 과연 위의 남침발언과 경제지원 반대 발언이 북한정권을 비나나거나 반대하는 발언일까? 그렇지 않다. 1996년 당시 북한정권은 남북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기를 바랐고 남한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을 무척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현금(달러), 전기, 비료 등 북한인민에게 남한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북한의 군사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많이 받을수록 좋아하지만, 식량, 의복, 의약품 등 생필품은 체제유지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받으려 하지 체제유지에 위협이 된다 싶으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받지 않으려고 했다. 남한에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더러 ‘북한 퍼주기’한다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으나 비난받을 만한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퍼주기가 꼭 나쁜 것도 아니거니와 설사 북한 퍼주기를 하려해도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입증할 예는 수없이 많다.
그러니까 황장엽 씨는 1997년 당시 북한정권에 도움이 되는 말을 했는데도 그의 발언이 북한정권을 매도하고 북한정권에 반대하는 말로 간주되어, 반공 ‧ 반북세력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2004년을 전후해서 황장엽 씨는 북한이 핵무기를 3-4개 정도는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말도 얼핏 생각하면 북한을 모함하기 위한 발언 같으나 북한정권으로서는 남한이나 미국이 그런 인식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였다.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함으로써 남북사이의 긴장도 강화할 수 있지만, 핵무기에 대한 면역성을 높이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장엽 씨가 ‘북한의 인민을 굶어죽게 하는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것은 사실상 하나마나한 발언이다. 이런 말은 황 씨로 하여금 김정일을 반대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게 할 뿐 김정일에게 아무런 타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정일에 대한 남한 내의 규탄을 높여 북한 정권의 유지에 도움이 될 뿐이다.
무엇보다 황장엽 씨는 최근에 있은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하여 “북한은 핵무기를 쓰고 남을 만큼 만들어뒀다”고 말하면서, 그것이 사실임을 확인시키기 위해 “북한은 96년에 파키스탄과 협정을 맺고 우라늄 235로 핵무기를 만드는 기술을 넘겨받은 뒤 본격적으로 핵무기를 제조하기 시작했다”든가 “소련과 중국은 (핵무기 제조와 관련하여) 기술적으로 절대 원조를 하지 않았다”든가 하는 설명을 덧붙였다.
북한정권의 입장에서 한국이나 미국이 그렇게 생각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의 말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핵실험을 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황씨는 “북한이 즉시 핵공격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무기는 “위협용”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과 더불어 “군사제재로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군사제재와 같은 물리적인 압박을 가하기보다는 김정일이 핵실험을 해도 무시해버리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김정일이 갖고 있는 핵무기 자체를 문제삼으면 핵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므로 핵무기를 문제 삼기보다는 오히려 탈북자를 비롯한 인권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고 북한에 개혁 ‧ 개방 정부가 들어서면 핵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무기를 실전용이 아니라 위협용이라고 하면서 무시해버리라는 것, 군사적 제재로는 해결할 수 없으리라는 것, 핵문제보다 인권문제를 거론하라는 것, 이것은 모두 김정일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지금 남한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이렇게 대응한다면 이것 같이 북한에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정권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것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북한 내외의 어떤 세력도 북한정권을 붕괴시킬 수 없으리라고 보기 때문인 터에,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그대로 내버려두라고 하니 이것은 북한정권이 그대로 존속하기를 바라서 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인권문제를 거론해서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면 북한핵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는 하나마나한 말이나 덧붙이고 있으니, 그의 정체를 어찌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기다가 황장엽 씨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국에 크게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북한핵은 김정일과 중국의 묵약 아래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사람들이 (북핵에 대해) 반대라고 말하지만 대담하게 제재조치를 취하자고 하면 (중국은) 대화의 방법으로 해결하자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일까?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적극 옹호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 등이 아무리 북한핵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그것은 성공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서 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350만 명 이상을 굶어죽게 한 김정일은 제거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고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발언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여기다가 황 씨는 남한 내부를 분열시키고 있다. “(핵실험에 대해) 자꾸 떠들 것이 아니라 수백만을 굶겨 죽이면서도 핵개발을 해온 김정일의 본질을 알리고, 이 같은 김정일에게 원조를 해준 사람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을 반대하는 반공 ‧ 반북 ‧ 반DJ ‧ 반노 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발언이니 마음에 들지 모르겠으나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일에 매달리지 말고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규탄하는 일에 매달리라는 그의 발언은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 같이 좋은 발언은 없을 것이다. 반공 ‧ 반북 세력은 김정일을 비난하고 햇볕정책을 반대하면서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기만 하면 자기들과 같은 세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으나,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남한 내부의 분열도 북한의 김정일에게는 더 없이 좋은 일이거니와 남한 내부의 분열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규탄마저 하지 않게 된다면 그것은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처럼 황장엽 씨가 남한에 와서 하는 발언들을 볼 때, 그가 귀순이 사실이든 아니면 위장귀순이든 그것과는 별개로 그의 발언이 북한의 정권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틀림이 없다. 더욱이 민족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그것을 무시하라고 하면서 설사 제거하려해도 중국의 북한 옹호 때문에 제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북한정권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면 민족적 대재앙이 닥쳐도 상관없다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황장엽 씨의 귀순 동기와는 상관 없이 그가 하는 일련의 발언이 북한정권의 유지를 돕는 발언임에는 틀림없는데도 북한정권의 붕괴를 바라는 사람들이 이것을 모르거나 간과한 채 그의 발언을 북한정권의 붕괴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간주하여 그를 ‘스승’으로 모시는 것은 민족적 비극이자 수치가 아닐 수 수 없다.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북한전문 인터넷뉴스 ‘The DailyNK' 편집인을 맡고 있다는 손광주씨 같은 사람은 「신동아」에 기고한 글에서 “황장엽 위원장은 결코 허투루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그분의 분석은 거의 예외 없이 적중했다”고 추켜세우고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실패의 화근은 경륜 있고 실력 있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경륜 있고 실력 있는 사람은 바로 황장엽씨를 두고 하는 말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손 씨의 말대로 황장엽 씨의 말대로 해야 한다면, 북한의 핵실험 내지 핵보유에 대해 남한은 이를 무시하고 그냐 넘기면서 김정일 정권의 붕괴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
중국과 관련해서도 황 씨는 김정일은 중국과의 묵약 아래 핵무기를 개발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를 결단코 반대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할래야 제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는데, 이것은 황씨의 희망사항일 뿐 사실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에 동참하고 있거니와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는 것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것일 뿐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미국보다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더 싫어할 가능성이 대단히 많다. 사실이 이럴진대 황 씨의 중국 관련 발언 중국이 북한핵무기를 용인해주기를 바라는 그의 간절한 염원을 표현한 것일 뿐이다.
결국 황장엽 씨는 자기가 정립한 주체사상의 나라 북한이 유지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것일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그런데도 주체사상의 나라 북한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를 추종하고 있고, 특히 주체사상의 나라 북한과 이런 북한을 유지하기 위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유지하고 옹호하기 위한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있는데도 그것을 간파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발언이 북한의 김정일에게 해가 되는 발언인 줄로 생각하고 있으니, 착각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황장엽 씨를 따르는 반공 ․ 반북세력만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황장엽 씨를 규탄하는 이른바 친북진보세력의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황 씨의 친북발언을 오히려 반북발언으로 이해하여 규탄하는 것도 착각의 산물이지만 북한의 핵실험을 미국의 대결정책 때문이라고 우기면서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기보다 미국을 비난하기에 급급해 하는 것도 착각이다. 그리고 햇볕정책 내지 대북포용정책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막지 못했으니 햇볕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임은 너무나 분명하고,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 전에 핵무기 개발을 막아보려고 채택한 정책이 햇볕정책인 이상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후에는 이 정책을 그대로 시행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분명한데도 이 햇볕정책을 고집하는 것 또한 착각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주체사상의 나라 북한의 유지를 위해 하고 있는 말을 북한정권의 붕괴를 위해 하는 말로 인식하고 있으니 이러고서야 어떻게 김정일 정권과 핵무기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겠나? 사회 각 부문의 대오각성이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