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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10-26 13: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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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진료소는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전역 인근의 노숙자와 쪽방생활자 그리고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진료를 위해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충남대의대 낮은울타리, 을지의대 동아리 나누리, 하이델 자원봉사 동호회의 자원봉사(100여명)를 통하여 주2회 수요일과 토요일에 무료진료를 하고 있으며 치료약을 배분하고 좀더 정밀한 진단이 필요할 시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회원들의 도움으로 외래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원용철 목사는 희망진료소 공동대표로 진료소에서 만난 이성만 아저씨란 분이 보낸 편지라며 내용을 보내왔다. 원 목사는 편지를 보낸 분은 "직장암으로 수술을 하면 어느 정도 완치될 확률이 많아 계속 수술을 권유하면서 방사선치료를 해 오던 중에 수술날짜를 잡자고 하자 한 달만 생각할 시간만 달라고 하여 기다리다가 수술을 할 것을 권유하자 한통의 편지를 주고 가신 분이다"면서 "편지를 다 읽고 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인가 알 수 없어 메일을 받는 분들의 의견을 묻고자 편지 원문을 띄운다"고 적었다. <편집자주>


존경하는 원용철 목사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나이 60세인 이성만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동안 베풀어주신 은혜에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저에게 그 어려운 진료를 해줄 수 있었겠습니까. 반면에 저는 큰 죄인입니다. 진료소의 예산도 어려울텐데 제가 돈을 많이 썼기 때문이지요.

존경하는 목사님

저는 올해 2월에 검사결과 직장암 3기라는 검사결과를 받았고 수술하지 않으면 1년 정도 수술하면 수년을 더 살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최선의 치료는 수술뿐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당시 권영준 전도사님과 함께 들었으니 제가 혼자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3기암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약 1달 뒤 이른 봄 어느 날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먹다가 나도 모르게 설움이 북받쳐서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남자는 울어서는 안 된다는데....

죽음의 공포가 엄습해오며 한편의 영화같이 살아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니 큰돈 벌어 행복하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이루지 못할 꿈을 꾸며 그 꿈을 좇아 무풍이 몰아치는 들판에 내동댕이처진 채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하며 모질게도 여기까지 버텨왔구나 탄식이 절로 났지요. 한치 앞을 내다보지도 못하는 이 어리석은 미물이 인생말년에 편안하게 죽는 복도 타지 못해 몹쓸 중병에 걸려 이렇게 큰 고통 속에서 죽어가야 하는 저는 참으로 슬픈 인생이라는 생각에 그 날 저는 그렇게 슬피 울었습니다. 24시간 통증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존경하는 목사님

이제 저의 결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결론은 수술을 안 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 동안 정말 갈등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해야겠다 결심하고 나면 그게 이틀을 안갑니다. 수술을 안 해야지 그러면 또 이틀이 안갑니다. 나의 의리가 이렇게도 없는가 바람 앞에 갈대처럼 이리 저리 흔들리는 내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죽음을 앞 둔 사형수처럼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서인지 올해 가을은 유달리 하늘이 높고 깨끗해 보입니다. 맑은 공기를 뱃속깊이 들어 마셔봅니다. 올해 추석은 저에게 유달리 우울하고 슬프게 느껴지고 그런 마음속에서 지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새벽 3시 경입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

존경하는 목사님.

제가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불행하게도 병의 위치 때문입니다. 수술하게 되면 항문을 없애고 복부에 인공을 만든다고 하니 암담하지요. 신경이 없는 인공항문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가스와 묽은 변이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오면 내가 무슨 수로 감당하겠습니까? 또 변주머니를 구입하고 갈아 끼우고 세척하고 인공항문을 세척하고 염증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면서 집도 절도 경제적 능력도 없는 내가 무슨 수로 관리를 하며 살 수 있겠습니까? 사람은 더불어 산다고 하지만 냄새나는 나를 반겨 줄 때가 어디 있으며 어느 누가 나와 더불어 살 수 있겠습니까? 저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수술은 안하기로 최종 결심을 했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생명의 단축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존경하는 원용철 목사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저는 소인배에 불과하지만 목사님은 하늘이 내신 큰 인물이자 목자이십니다. 어느 누가 통제가 되지 않는 그 많은 불쌍한 사람을 돌볼 수가 있겠습니까? 아픈 사람에게는 치료를, 베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버릇 나쁜 사람에게는 사랑으로 감싸 안으시는 목사님은 진정 살아있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늘진 음지에서 이런저런 사연 때문에 사회적 냉대 속에서 천길만길 낭떠러지로 내몰린 많은 분들에게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은총이 목사님의 몸과 마음을 통해서 전해지기를 소망합니다.

존경하는 사모님!

수년 전부터 제가 아파서 진료소를 갈 때마다 환하게 웃으시면서 저에게 늘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해 봄쯤 되는데 삼성초등학교 뒤쪽에서 우연히 뵙게 돼서 저에게 격려도 해주시고 수술 문제도 의논해 주시고 당시 방 문제도 의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올 여름에 생활보호대상자로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목사님과 사모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목사님!

제가 수년 동안 아플 때마다 진료소에 가서 치료 잘 받고 지냈습니다. 저를 치료해주신 많은 분들의 의사 선생님에게 감사의 말씀 올리며 자원봉사하러 오신 많은 분들에게 고마운 말씀 올립니다. 특히 나를 병원으로 보호자 자격으로 동행해서 치료해 주신 권영준 전도사님에게 감사의 말씀 올리며 역시 보호자 자격으로 나를 병원으로 통행해서 치료해 주신 임재현 실장님에게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또 정확한 날짜는 모르지만 올 봄 3월쯤으로 여겨지는데 진료소 접수창구에서 제 이름을 불러드렸는데 옆에 있던 한 분이 내가 ○○○목사인데 당신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시면서 결심만 하면 수술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시던 ○○○목사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존함을 기억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존경하는 원용철 목사님!

이제 저의 간절한 소망 하나를 말씀드리고 마칠까 합니다. 이제 저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제 자신의 의지로 육신을 통제하지 못할 때 그 때가 되면 마지막으로 편안히 쉴 수 있는 곳 그러니까 통증치료도 하며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인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혼자 살아오면서 내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시원하게 말하지 못해서 그게 늘 마음의 병이 되었습니다.

이제 마음이 좀 시원함을 느낍니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지 죽음의 공포로부터는 많이 자유로워진 마음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을 가까운 산이나 들로 나가서 많이 보고 느끼고 싶습니다. 이제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신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거지요. 그러다 저에게 기적이라도 일어난다면 좀 더 이 세상에 머물러 있겠지요. 목사님 큰돈을 들여서 저를 치료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인사 올립니다.

존경하는 목사님 안녕히 계십시오.

2006년 10월

이성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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