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학지사 (서울=뉴스와이어) 2006년10월27일

▲ 이모셔널 디자인(Emotional Design) 표지
왜 우리는 아름답고 재미있는 물건들을 좋아하고, 그 물건들을 사용하면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가? 그리고 왜 그런 물건들이 결국 사용성마저 높아지는가? 사용자가 진정으로 즐겁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디자인으로 끌어낼 수 있는가?
도널드 노먼 박사의 <이모셔널 디자인>은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진지한 분석을 담았다. 이 책은 사용자가 진정으로 즐겁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며, 인간의 인지활동에서부터 감정과 감성, 사용성에서부터 심미성까지 두루 아우르는 대가의 통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간공학, 심리학 및 디자인 연구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며 국내에도 디자인 전문서적으로 번역된 <디자인과 인간심리(The Design of Every Thing)>, <생각있는 디자인(Things That Makes Us Smart>의 저자 도널드 노먼(Donald Norman)은 KAIST의 초청으로 방한하여 26일, <기능, 편의성 중심이었던 제품의 경쟁력이 감성 충족제품으로 재편되는 과정과 이를 통한 미래의 비전>에 대해 강의하고 30일에 출국한다.
재미와 즐거움을 주기 위한 디자인
"놀라운 것은 이제 심미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 실제로 작업을 더 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좋다고 느끼는 제품이 사용성 면에서도 만족을 주는 것이다.
세차를 하고 차를 반짝반짝 광을 냈을 때 운전이 더 잘되는 것 같지 않은가? 목욕을 하고 멋지게 차려 입었을 때 기분이 더 좋지 않은가? 또한 훌륭하고 조화로우며 심미적으로도 멋진 정원 가꾸기 혹은 그러한 목공 도구, 테니스 라켓이나 스키의 사용에 만족감과 더불어 하는 일도 더 잘되지 않는가?"

▲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
물건을 살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순히 무언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가장 다양한 기능을 가진 제품으로 선택하는가? 아마 선택의 기준 중에 많은 요소를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디자인적 측면일 것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디자인이 아름다운지는 중요한 고려 요소이며, 가끔은 충동구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왜 우리는 아름답고 재미있는 물건들을 좋아하고, 그 물건들을 사용하면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가? 그리고 그런 물건들이 도대체 왜 결국 사용성마저 높아지는가? 사용자가 진정으로 즐겁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디자인으로 끌어낼 수 있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에는 그 물건의 디자인적 요소뿐만 아니라 어떤 디자이너나 개발자도 만들어 줄 수 없는 우리만의 개인적인 요소들을 반영한다. 삶에서 물건들은 단지 소유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통해서 자긍심을 가진다. 이는 부나 지위를 보여 주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이 우리 생활에 주는 의미 때문이다. 개인의 애장품은 비싸지 않은 장신구나 낡은 기구 혹은 사진이나 책들로 찢어지거나 더럽고 색이 바랜 것들일 수 있다. 애장품은 하나의 상징으로서 기분을 좋아지게 하며 즐거운 기억을 반추시켜 주거나,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물건들에는 항상 이야기나 추억 그리고 우리를 매료시키는 무엇인가가 있다.
본능적, 행동적, 반성적 요소는 어떤 디자인에서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들 요소 없이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구성요소가 어떻게 감정과 인지라는 두 가지 요소와 엮이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인지(cognition)와 감정(emotion)을 정반대의 위치에 두려는 경향이 있다. 감정은 열정적이고 동물적이며 비이성적이라고 이야기하는 데 반해, 인지는 냉정하고 인간적이며 논리적이라고 한다. 이러한 대비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추론을 자랑스러워하는 매우 오래된 지적인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정은 문화적이고 원숙한 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다. 감정은 인간의 동물적 기원의 잔재로 우리 인간은 그것을 극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된다. 적어도 이것이 감정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성 방식은 완전히 넌센스다! 감정은 인지에서 분리될 수 없는 인지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감정은 우리가 행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영향을 주며 많은 부분 무의식적이다. 그리고 감정은 우리의 반성방식을 바꾸어 놓는다. 감정은 악을 피해 선으로 우리를 안내하며 적절한 행동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한결같은 안내자 역할을 한다.
1980년대에 발간된『디자인과 인간심리』에서 도널드 노먼은 감정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오직 유용성과 사용성, 기능 그리고 형태에 대해 논리적이고 냉정한 방법으로 언급하였다. 그때는 제대로 디자인되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 격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왜일까? 부분적으로는 뇌에 대한 이해, 또 감정과 인식이 어떻게 완전히 얽혀 있는가에 대한 이해에 과학적 진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감정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이해한다. 물론 유용성과 사용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재미와 기쁨, 즐거움과 흥분, 그리고 걱정과 노여움, 두려움과 분노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불완전하지 않겠는가.
감정과 함께 그가 무시했던 또 다른 특성은 심미성, 매력과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 기능과 함께 사용성도 디자인 세계에서 적절한 자리를 잡아 주고자, 심미성은 다소 고의적으로 무시한 경향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저자는 디자이너들에게서 다음과 같은 비판을 받게 되었다.
“만일 우리가 노먼 박사의 규칙을 따르게 된다면 우리가 디자인한 물건은 사용하기에는 편리할지 몰라도 정말로 보기 흉할 것이다.”
이것은 꽤 가혹한 판결이었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그 비평이 옳았다.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이 반드시 사용하기 즐거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속성들이 꼭 대립관계에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아름다움과 두뇌, 즐거움과 사용성이 공존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들로 인해 그는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저자는 과학의 측면에서 미학과 감정을 무시하고 인지에만 집중해 왔다. 그는 오늘날 인지심리학과 인지과학이라 알려진 분야의 초기 연구자 중 한 명이 아니던가. 사용성 디자인(usability design)의 분야는 인지과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인지과학은 인지심리학, 컴퓨터 과학, 공학들과 같이 과학적 정밀함과 논리적 반성에 자부심을 느끼는 분석적인 분야들이 조합된 학문이다.
사용성이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쉽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전문가들의 기술적인 대화나 문서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의 광고에서부터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인터뷰한 신문 기사에 이르기까지 사용성은 매우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중요성에 대한 인식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일등공신은 역설적이게도 우리 주변의 불편하게 디자인된 사물, 전자제품, 인터넷 서비스들일 것이다. 더불어 그런 디자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원인과 대안을 과학적으로 제시한 노먼의 전작인 『디자인과 인간심리』와 『생각 있는 디자인』과 같은 책의 공헌 또한 지대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성과 심미성을 반대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용성만을 강조하였을 때에는 저자가 이 책에서 표현한대로 ‘사용하기에는 좋으나 보기 흉한(usable but ugly)’ 디자인이 되기 쉽다. 이 책에서 노먼은 사용성에서 멈추지 않고 큰 한 걸음을 더 내디뎠음을 보여 준다. 사용성을 강조하던 전작들의 발간 이후 심리학, 신경과학, 인지과학 등에서 이루어진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보다 넓고 체계적인 디자인의 필수 요소를 이 책은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디자인을 주장한다. 본능적인 측면의 디자인은 주로 인간의 감각과 감성적인 측면을 포커스해서 디자인하는 것이라면, 행동적인 측면의 디자인은 사용성 중심의 디자인이다. 거기에 한 수준을 더하여 사고적 측면의 디자인은 인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사고 행위를 위하여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새로운 의견은 행동적 디자인만으로는 사람들이 정말로 즐겁게 사용하고 사랑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로 즐겁게 시스템을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본능적인 측면과 행동적인 측면 그리고 사고적인 측면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시스템을 개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HCI 분야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유용하고, 편리하고, 감성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사용자가 진정으로 즐겁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며, 인간의 인지활동에서부터 감정과 감성, 사용성에서부터 심미성까지 두루 아우르는 대가의 통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원저 | Emotional Design : Why We Love (or Hate) Everyday Things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 저 | 박경욱 외 공역 | 김진우 감수 | 2006-10-30 |
12,000원 | 320면 | 크라운변형판 | 반양장 | ISBN 89-5891-133-6 0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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