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현안이 사라진, ‘스파이’ 심문으로 뒤바뀐 국정감사
- 문화연대 논평
국정감사에 출석한 증인의 폭탄발언이 10월 31일(화) 방송위원회 확인 국정감사를 강타하였다. 경인방송 이면계약에 의한 문제로 출석한 경인방송 신현덕 대표이사가 경인방송 개국 준비와 관련한 업무에 대한 의원의 질의에 “개인적으로 위협으로 받으면서도”라고 시작한 폭탄발언은 방송위원회 확인감사를 무색케 했다. 신현덕 대표이사의 주장은 경인방송 1대주주인 영안모자의 백성학 회장이 국가의 주요 정보를 미국에 유출하고 있으며, 정보는 국가의 중요한 고급정보라 밝혔다. 또한 신현덕 대표이사는 북한의 동향과 관련한 국내 정세, 노무현 정권에 대해 미국 측이 취할 수 있는 방안 등에 관한 보고서를 몇 차례 작성했고, 보고서를 백성학 회장에게 제출했다고 폭로하면서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의 이해 못할 활동에 대하여>라는 문건을 배포하였다.
국내 정보 미국 유출뿐인 국정감사
지난 10월 31일은 방송위원회와 국정홍보처의 확인감사가 진행되는 날이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터진 국가정보유출 사건으로 방송위원회의 확인감사는 순조로이 진행되지 못했다. 사실 신현덕 대표이사가 폭로한 내용은 공론의 장으로 올라와야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사실 여부에 따라 엄격한 수사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국정감사 초반부터 계속된 문서 진위 공방으로 인해 방송위원회의 확인감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의원들의 질의의 70% 가량이 국내 정보 미국 유출과 관련한 내용이었으며, 의원들은 계속적으로 신현덕 대표이사와 백성학 회장을 심문하였다.
한미FTA 4차 협상이 끝나고, 방송에 대한 미국 측 개방 요구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특히 미국이 EBS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방송통신융합 기구에 대한 안이 제시되고 이에 대한 대처와 정책마련 등과 관련해서 방송위원회의 정책안 마련과 입장이 절실하다. 물론 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있었지만 방송 현안과 주요 정책 질의는 국내 정보 미국 유출에 밀려 주요하게 논의되지 못하였다.
국정감사 진행의 미숙, 국회의원의 불성실함으로 방송 현안 논의 축소
특히 국정감사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불성실함으로 인해 국내 정보의 미국 유출 논란과 관련된 사실 관계에 대해서 국회의원들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국정감사 자리를 지키며 다른 의원의 질의 내용을 살피고,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차례가 되어야만 국정감사장에 얼굴을 내미는 국회의원들의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이미 질의된 내용이 반복적으로 질의됨으로 피감기관에 대한 구체적이면 심층적인 문제가 제기되지 못하였다. 또한 이미 국내 정보 미국 유출과 관련하여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고, 폭로의 내용과 신현덕 대표이사가 제출한 문건에 대한 진위 여부 등으로 조배숙 문화관광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하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국내 정보의 미국 유출과 관련한 내용이 중점적으로 논의되었고, 결국 국정감사의 진행이 원활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국정홍보처 기능에 대한 이해 부족 또 한 번 드러나
한편 방송위원회 국정감사 이후 진행된 국정홍보처 국정감사에서는 국정홍보처에 대한 의원들의 인식 및 역할 등에 대한 이해 부족이 필요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박찬숙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간첩단 사건에 대한 국정홍보처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이는 국정홍보의 역할이 아니다. 국정홍보처는 국가의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국가 정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과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의원들 역시 국정홍보처에 이러한 기능과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국정감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피감기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역할과 기능에 맞는 정책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