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상정 의원
법원이 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혐의는 인정하나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한 것은 정당한 권한의 행사를 넘은 권력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국회 재경위의 존 그레이켄 등 론스타 임원들과 김&장 대표의 증인채택 불발에 이어 또다시 성역에 굴복한 치욕으로 남을 것이다. 검찰의 영장 재청구는 당연한 것이며 법원이 검찰과의 기싸움에 매달려 또다시 기각결정을 내린다면 이제는 법원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스티븐 리가 이미 탈세혐의로 도주하였고 론스타는 검찰의 범인인도 요청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때늦은 압수수색으로 이미 많은 증거가 인멸되어 론스타의 불법행위를 찾아내는데 검찰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엘리스 쇼트 등 론스타 임원들은 검찰이 관련 증거를 근거로 소환하였음에도 “안전한 귀국을 보장하지 않으면 소환에 응할 수 없다”고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실상 검찰조사에 불응하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어떤 근거로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는지, “혐의는 인정되나 구속은 안된다”는 어이없는 법원의 논리에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을 우려속에 지켜보는 국민들은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가조작 사건은 피해액만 수백억원대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할 수 있는 중대범죄에 해당하고 관련 증거 또한 명백하다. 몇억원대의 시세조종 혐의에도 영장을 기각한 적이 없는 법원이 이러한 중대 사건에 대하여 무기력하게 영장을 기각한 배경이 무엇인지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재경부는 외환은행의 론스타로의 매각방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김&장에 요청하였고, 그 법률자문서는 대외비로 분류되어 금감위로 넘어간 사실이 밝혀졌다. 외환은행 인수자였던 론스타와 그 매각실무를 담당했던 재경부가 동일한 법률사무소에서 동일 사안에 대하여 법률자문을 받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또한 단순히 법해석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방안을 구하는 법률자문이 무슨 의미인지 관련자들은 밝혀야 한다.
또한 당시 김&장에서 고문역을 담당하였던 이헌재 전부총리는 외환은행 불법매각사건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그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매각건에 대한 청와대 개입설까지 나돌고 있다. 법원의 이번 기각결정이 이러한 정치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이 단순히 은행임원과 실무국장 몇 명에 의하여 이루어진 범죄행위가 아님을 명백히 알 수 있다. 법적요건이 전혀 없는 론스타에 무리하게 승인을 내려준 과정, 조직적으로 부실을 과장하여 멀쩡한 국책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만든 과정, 이후 핵심 관련인사들이 줄줄이 경제요직으로 승승장구 하는 상황들을 지켜볼 때 막후에는 거대한 정치적 배경이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변양호 전 국장은 금감위에 공문을 보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불법적으로 승인해줄 것을 요청한 당사자이다.
그럼에도 보석허가로 석방하여 증거 인멸을 도와주고 증거가 명백한 혐의자들의 구속영장은 기각하여 검찰수사를 방해하는 법원의 결정은 그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힘들다. 법원은 그 정치적 배경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사실 검찰도 전현직 고위관료와 청와대 개입설까지 있어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스러울 수가 없는 마당에 정확한 증거없이 영장을 청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관련 증거자료를 보면 론스타의 핵심 임원이 대부분 가담하여 주가조작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도 론스타의 몸통인 존 그레이켄 회장은 배후에서 정치적 음모설 운운하며 미국 언론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을 뒤에서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그레이켄 회장은 언론에서 사회기부 운운하며 검찰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 왔다. 불법행위 사실이 없다면 떳떳하게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외환위기 이후 이루어진 모든 한국투자에 대하여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검찰은 법원의 터무니없는 영장기각은 물론 그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여서는 안될 것이며, 시한의 구애없이 보다 엄정한 수사를 계속하여야 할 것이다. 검찰의 칼끝이 다시 휘어지거나 무뎌진다면 검찰의 권위는 또다시 추락하고 말 것이며, 국회의 특검을 받는 수모를 겪게 될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심상정 의원 : 現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