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 날치기 통과에 대한 문화연대 입장
(서울=뉴스와이어) 2006년02월28일
날치기로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의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 한미FTA 체결 등 문화다양성, 사회공공성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중단하라!
어제(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이경재)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노동계를 포함한 사회운동진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야합으로 인해 전격 결정, 통과된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안상수)를 거쳐 3월 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은 비정규직 확대와 차별 강화, 파견 비정규직의 전면 확대라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악법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번에 환노위를 통과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2년 후 정규직 전환을 제도화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번에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은,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할 뿐 아니라 파견 비정규직 노동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법안일 뿐이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주요 국가들에서는 법으로 임시계약직의 ‘사용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즉 출산, 육아, 질병, 부상 등으로 발생한 결원의 대체 혹은 계절적 사업과 같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임시계약직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에서도 “기간제근로자 사용은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날치기 입법안에는 임시계약직(기간제)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임시계약직 사용을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있다.
파견업종과 관련해서도, 날치기 입법안에 따르면 파견 비정규직의 대폭적인 증가로 이어지게 할 뿐이다. 즉 “근로자 파견업은... 업무의 성질, 직종별 인력수급 상황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현재 26개 업종으로 제한되어 있는 파견허용 업종이 사실상 대통령의 개정만으로도 전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법파견과 관련해서도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사실상 불법파견을 방조하고, 대량해고를 유발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 안대로라면 불법파견이 적발되더라도 총액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을 부과하게 되어 있어, 기업이 직접 고용이 아닌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의 날치기 통과는 노무현 정부의 이른바 ‘사회양극화 해소’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노무현 정부는 하반기 국정과제로 ‘사회양극화 해소’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비정규직 법안의 날치기 통과로 노무현 정부가 말하는 ‘사회양극화 해소’의 실체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났다. 즉 노무현 정부의 ‘사회양극화 해소’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 빈부격차의 해소, 사회공공성의 강화와 같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 기업과 자본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회양극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을 의미할 뿐인 것이다.
재계에서도 이번 비정규직 법안이 불만이라고 한다. 그 이유인 즉슨, 2년 마다 고용불안이 가중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달리 말하자면, “2년 마다 해고하고 다시 고용하기가 귀찮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기업들은 애초에 2년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말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번 비정규직 법안 날치를 통과를 계기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노동유연화의 전면적인 확대를 요구할 것이다. 이번 비정규직 법안 날치기 통과는 이를 위한 신호탄이며, 노무현 정부의 ‘사회양극화 전면 확대, 강화’ 정책으로 인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 날치기 통과, 한미FTA 체결 추진 등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한미FTA를 체결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독소조항이 포함된 비정규직 법안이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문화다양성과 정체성을 포함한 사회 공공영역을 파괴시키고 다국적 기업의 이윤 추구를 철저하게 보장할 뿐인 한미FTA를 체결하겠다고 나서고, 한국 사회 빈부격차와 차별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비정규직과 파견노동을 확대, 강화하는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것이다.
민중의 삶을 파탄내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강행은, 결국 사회운동진영의 전면적인 투쟁을 불어올 뿐이다. 지금이라도 날치기로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의 처리를 중단하고 노동계와 사회운동진영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 한미FTA가 국익이라는 거짓말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민중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2005년 하반기 생존을 건 농민들의 투쟁, 스크린쿼터 축소로 촉발된 영화인들의 투쟁, 한미FTA 체결 저지를 위한 사회운동 단체들의 연대에 이어 비정규직 법안 날치기로 시작된 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까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민중들의 전면적인 투쟁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