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 ‘시장원리’는 불로소득과 투기 ‘방임’인가?
- 중앙일보 사설 '부동산 정책 이제 와서 실패했다니' 에 대한 민언련 논평

▲ [사설] 부동산 정책 이제 와서 실패했다니
<중앙일보(이하 중앙)>는 지난 11월 4일자 신문에 ‘부동산 정책 이제 와서 실패했다니’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중앙>은 이 사설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무책임하다는 비판과 함께 “부동산 정책의 결정판이라는 8·31 대책 이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 걸 보면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러면서 <중앙>은 “각종 규제와 세금 폭탄으로 온 나라를 들쑤셔 놓고는 이제 와서 실패했다면 어쩌자는 말인가.”, “서민 주택의 안정과 아무 관련이 없는 강남의 아파트값 잡기에 정권이 사활을 걸고 매달린 결과가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이다. 여기에 동원된 정책 수단이 시장을 압살하는 온갖 규제와 징벌적인 세금중과였다.”며 ‘세금폭탄론’을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또 ‘세금폭탄론’인가?
물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문제가 없지 않다. 우리는 정부가 부동산정책의 목표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집값잡기’가 아니라 ‘부동산불로소득의 환수’에 두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한계를 핑계로 정부가 추진한 그나마 미약한 보유세 강화마저도 ‘세금폭탄’ 운운하며 반대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 ‘부동산보도모니터팀’은 ‘세금폭탄’ 운운하며 보유세에 반대하는 일부 언론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논평을 통해 수 차례 지적한바 있다. 정부의 보유세 강화 수준은 너무나 미약해서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많은 시민단체들은 그나마 그것이라도 제대로 추진하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수구보수언론과 ‘부동산 부자’ 등 기득권 집단의 거센 반발을 극복하지 못한 정부는 보유세 강화 정책을 후퇴시켰고, 이것이 ‘집값잡기’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따라서 <중앙>이 또 다시 ‘세금폭탄’ 운운하며 후퇴한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마저도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파탄 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중앙>의 ‘시장원리’는 불로소득과 투기 ‘방임’인가?
아울러 <중앙>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 이유를 차분히 반성해 볼 일이다. 기존 정책을 고집하거나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게 먼저다. 재건축 억제, 인위적인 분양가 인하, 양도세 인하 불가,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 세금중과, 아파트 원가 공개 등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부터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겉으로 보면 이 주장의 결론은 시장원리에 맞는 정책을 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시장원리에 맞는 정책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시장원리는 단순한 ‘방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장을 중시하고 규제를 줄이려면 우선 시장을 ‘시장답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독과점을 규제해야 한다. 부동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선 부동산 시장을 시장답게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된 부동산 시장에서는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 불로소득이 환수되는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에 부동산을 사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없다. 그런데 현실의 부동산 시장은 어떤가? 엄청난 불로소득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투기가 창궐하고 자원이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불로소득이 없는 정상적인 부동산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도 불로소득의 상당 부분을 그냥 둔 채 그로 인해 불거지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중앙>이 ‘무리한 규제’라고 비판하는 정책을 동원하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막는 좋은 방법은 잘 알려져 있다. 바로 ‘토지보유세’를 높이는 방법이다. 지대를 과표로 하고 세율이 균일한 토지보유세는 부동산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뿐 아니라 세금 가운데서도 가장 효율성이 높은 세금이다. 세율은 지대의 100%를 넘지 않는 한 높을수록 효과가 크다. 이것은 교과서에도 다 나오는 기초적인 내용이다.
부동산 시장을 시장답게 하는 것은 ‘토지보유세 강화’이다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을 펴는 것이 그렇게 못마땅하다면 <중앙>은 토지보유세를 대폭 높이라고 주장해야 한다. 토지불로소득이 없는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없고 따라서 ‘반시장적인’ 부동산 규제를 할 이유가 없다. 불로소득이 없는데도 강남에 재건축 수요가 나타난다면 그것은 실수요이고, 따라서 도시 계획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자율에 맡기면 된다. 정부가 분양가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원가공개를 추진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시장원리에 충실하게 된다. 정부는 시장을 통해서는 주거공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계층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면 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잘못된 것을 제대로 고치라고 해야지, 개악(改惡)하라고 해서야 되겠는가? <중앙>이 정부에게 시장원리에 충실하라는 주문을 하려면 우선 고율의 토지보유세를 도입하여 부동산 불로소득을 먼저 없애자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