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출처 : 민주노동당 (서울=뉴스와이어) 2006년03월10일
- 10일 11:00 국회 기자실
- 심상정 의원, 오리온전기 노동조합 등
오리온전기는 경북 구미 공단에 소재한 기업입니다. 오리온전기는 40여 년간을 디스플레이를 생산해 왔습니다. 그러나 10월 31일 오리온전기 CRT사업부를 인수한 오션링크가 2005년 10월 31일 임시주총을 열어 일방적인 청산을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결정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오리온전기는 대우그룹 계열사로 그룹 부도 여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오다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2003년 대구지방법원 파산부는 오리온전기 정리절차개시결정을, 2004년 4월에는 정리계획인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정리회사인 오리온CRV는 제3자인수(M&A)를 통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2004년 11월 미국계 펀드인 매틀린패터슨(MP)이 오리온전기 인수의사를 밝히면서 2005년 2월 최종투자계획을 체결하였습니다. 당시 MP는 “공장정상화를 위한 신규투자와 3년간의 고용보장” “분할매각시 양도인에게 동일한 조건의 승계”를 노조와 합의한 바 있습니다. MP는 이 과정에서 1조3천억에 달하는 부채를 탕감 받으며, 단돈 600억원에 오리온전기를 인수했습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회사의 청산을 결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외국투기자본의 오리온전기 매각은 청산을 위한 계획된 수순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리온전기의 2005년 반기보고서는 ‘적정’이라는 감사의견이 나와 있습니다. 이는 오리온전기가 매틸린패터슨 펀드에 매각된 후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아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회계감사 의견은 기업의 안정성, 수익성, 활동성, 생산성, 성장성 등 경영비율분석을 바탕으로 신용등급까지를 종합해 내는 것입니다. 회사의 가치를 둘러싼 여러 가지 종합적 의견을 근거로 해서 작성된 반기보고서가 경영정상화를 인정해 ‘적정의견’을 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청산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MP는 매각 3개월 만에 청산가치를 산정했습니다.
3개월 동안 무엇이 얼마나 변해 경영정상화 되고 있는 기업을 청산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단 말입니까?
회사는 <회사현황보고>를 삼일회계법인에 컨설팅해 이를 근거로 회사를 청산했다고 주장하나 <회사현황보고>는 참고할만한 자료는 될 수 있으나 그 자체로 회사정상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기능은 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삼일회계법인의 컨설팅 자체가 청산을 위한 가치산정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아무런 신규투자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황만을 가지고 매각 후 3개월 만에 컨설팅을 재 의뢰한 이유는 그것이 아니면 설명될 수 없습니다. 매각 당시 가치산정과 달라진 것이라면 1조 3천억 원의 부채 탕감으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입니다. MP는 오리온전기 인수 당시 이를 충분히 알고 있었으며, 그랬기 때문에 신규투자와 고용안정 3년을 약속했던 것입니다.
외국투기자본의 오리온전기 인수는 이미 청산을 위한 수순이었다고 판단됩니다. MP는 오리온전기 인수 2개월 만에 CRT 사업부를 오션링크에 매각하고 PDP, OLED사업부를 부채 없이 분리 인수해 갔습니다. 알짜사업부만을 자신의 수중에 남긴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멕시코에 나가 있는 현지공장도 남겨졌습니다. MP는 자본금 천만원 짜리 홍콩계 펀드인 오션링크를 통해 오리온전기를 청산하고 이후 CRT를 중국으로 설비 이전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투기자본의 전형적 기업사냥 방식 그대로입니다.
오리온전기 뿐 아니라 하나로텔레콤, 쌍용 자동차 등 이미 많은 기업들이 투기자본의 사냥감으로 전락한 상황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정부와 여당은 이에 대한 아무런 규제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와 여당에 촉구합니다. 더 이상 외국투기자본의 무분별한 기업사냥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의 규제 없는 외자유치 정책이 결국은 1조 3천억의 부채를 고스란히 국가적 손실로 떠넘기며 투기자본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되었습니다. 또한 오리온전기 노동자들과 협력업체 관계자 및 그 가족 등 2만 명에 달하는 이들의 생존은 도대체 누가 책임질 수 있단 말입니까?
‘외자유치만이 살 길’이라는 앙상한 논리로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시급하게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합니다. 투기자본에 대한 감시와 규제 없이는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오리온전기 매각과정에 개입한 정부관계자들은 이번 오리온전기 청산에 대해 책임 있게 나서야 합니다.
2005년 4월 8일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박종구 경제조정관의 회의주재로 오리온전기채권단을 소집, ‘시간이 갈수록 기업가치가 하락함으로 조기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매각을 추진했다. 외자유치만이 경제침체를 극복하는 길임을 천명해오던 노무현정부는 1천8백억원이 넘는 오리온전기를 단돈 6백억원에 미국계펀드회사인 매틀린패터슨에게 팔아넘겼다. 공적자금 1조2천억원을 탕진하고 오리온전기를 청산하는 대가로 국무조정실 경제통상대사 박상은이 감사패를 받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국무조정실이 4월 8일 회의를 한 주요 사항은 2월 15일 합의한 합의서에 근거한 것입니다. 2월 15일 합의서의 주내용은 3년의 고용보장 인 것입니다.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던지 간에 우리는 정부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만명에 달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정부는 오리온전기의 2월 15일 합의서 이행되도록 해야할것이며, 사기매각에 대한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해외투기자본에 대한 감시와 규제 강화책 마련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