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출처 : 참여연대 (서울=뉴스와이어) 2006년03월10일
이해찬 국무총리의 골프모임이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국가청렴위원회는 ‘ 언론에 거론된 인사들이 공무원행동강령의 직무관련자임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며, 이 총리에 대한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 신고가 들어오면 내용을 검토해 조사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무관련성에 대한 해석의 당부(當否)는 별도로 하더라도, 공무원행동강령 운영의 주무부서인 청렴위가 ‘신고가 들어오면 검토해 조사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총리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누구보다 앞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할 청렴위가 거꾸로 국민에게 규정을 위반한 증거자료를 확보해 이를 문서로 신고해 달라니, 이처럼 무책임한 태도가 어디 있는가.
언론에 거론된 인사들이 직무관련자임을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힌 것 역시 모호한 해석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눈치보기 행정의 전형이다. 이 총리와 골프를 같이 친 제분회사 사장이 직무관련자가 아니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직무관련자임은 인정되더라도 제분회사 사장이 직접 골프비용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행동강령을 위반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문맥상으로만 본다면 전자의 경우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이는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공무원행동강령은 ‘공무원의 소관업무와 관련’하여 ‘인허가 등의 취소, 영업정지, 과징금, 또는 과태료의 부과 등으로 직접 이익 또는 불이익을 받는 개인 또는 단체’를 직무관련자로 정의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무총리 직속기관이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업무 역시 국무총리 소관업무의 일부이며, 골프모임에 참석했던 제분회사의 사장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로 직접 불이익을 받은 개인 또는 단체인 것도 분명한데도 이를 직무관련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거듭 밝히지만, 현재 정부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이 내려진 후 골프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보는 것은 과징금 부과가 이의신청 등으로 취소 혹은 감면 등이 가능해 법률적으로 확정된 결정이 아니란 점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청렴위의 무사안일이 도를 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은 ‘위반신고가 들어오면 조사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청렴위의 이런 태도는 부패방지법이 정하고 있는 위원회의 기능 중 ‘공직자행동강령의 시행·운영 및 그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의 접수, 처리’ 라는 법조문을 해석함에 있어 신고의 접수가 있을 때에만 이를 처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형식 논리적이고 소극적인 법적용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행동강령 위반 혐의가 상당히 알려진 상황임에도 신고라는 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법적용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관련자가 최고위 공직자인 국무총리라는 점에서 공직사회 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대하며, 이를 통해 공직윤리의 준거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사실확인과 그 처리에 발 벗고 나서는 게 마땅함에도 정작 청렴위는 거꾸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청렴위의 무사안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