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산맥(兩大山脈)의 정치지형 민주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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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7-01-24 19: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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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제 의원
며칠 전 강원도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진도(震度) 4.8로서 다른 나라의 큰 지진에 비하면 약했으나, 거의 지진을 모르고 살아 온 우리 국민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보도를 보니 그 정도의 지진이 서울에서 발생했다면 약 6만 채의 건물이 붕괴하였을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지진처럼 우리 정치에도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은 큰 지진이 오고 있다는 징조가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전진(前震) 단계이다. 이제 허술한 정치 구조물들은 붕괴를 시작할 것이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권에서만 대변화가 일어나고 한나라당은 예외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민심이 여권을 향해 분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충격파는 야권에도 그대로 퍼져나가게 된다. 한나라당의 낡고 허약한 구조가 그 충격을 견디고 온전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열린우리당의 와해가 무질서하고 중구난방으로 시작되었다. 이 또한 필연의 결과이다. 노 정권 핵심세력들이 당의 와해를 속수무책으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책략이 상황을 더 불확실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평양이 이미 대선을 향한 정치판에 노골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파괴를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참으로 아름다운 창조를 위해서라면 참으로 완전한 파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 정당들이 와해되고 분화되는 현상에 놀랄 필요가 없다. 의도된 일도 아니려니와 기왕 견디지 못할 정치 구조물이라면 철저하게 부서지는 것이 새로운 창조를 위하여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은 붕괴 이후의 창조이다. 언론들은 여권의 책임과 파렴치를 비난하기에 바쁘다. 지진으로 붕괴되는 건물에서 탈출하는 사람을 향하여 네가 그렇게 허술한 건물을 지었으니 그냥 그 곳에서 죽어야지 왜 뛰쳐나오느냐고 비난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여권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은 무겁고 무한하다. 그렇다고 그 낡은 건물과 함께 사라지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도 아니다. 과오를 인정하고 그릇된 노선과 결별한 후,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지형을 창조하는 데 헌신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을 다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과학적으로 내진(耐震)설계가 잘 된 튼튼한 건물은 웬만한 지진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정당 또한 마찬가지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민심을 받들어 나갈 튼튼한 구조의 정당이라면 오늘 왜 이런 사태에 직면하였을 것인가.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우리 정당들은 아직도 지역패권과 낡은 이념이나 기득권에 의존하는 허약한 구조와 체질에 머물러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포퓰리즘이 일으킨 광기 에너지로 급조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발전 단계나 세계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이념과 노선에 매달렸기 때문에 오늘의 운명을 자초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정치지형 만들어 갈 것인가.

우선 크게 볼 때 양대 산맥처럼 두 개의 큰 정당이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경쟁하는 지형(地形)이 절실한 시점이다. 독재와 반독재, 권위주의와 민주주의가 대결하는 시대도 지나갔다. 그 시대의 영웅들이 카리스마를 가지고 지역감정을 동원하는 정치도 사라졌다. 이제는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하여 비전과 정책으로 꼼꼼하게 경쟁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이러한 시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아직도 부질없는 지역패권이나 낡은 이념에 매달려 있는 딱한 실정이다.

나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비전과 정책으로 정체성이 구분되는 두개의 큰 정당이 경쟁할 때 우리 정치에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독일의 기민당과 사민당,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그리고 일본의 자민당과 민주당 같이 두 개의 메이저 정당이 병립(竝立)하고 좌우로 소수 정당이 서 있으면 될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 알 수 없으나 여전히 보수적인 정당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여기에 대응하는 보다 진취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큰 정당을 건설하는 일이 곧 시대의 요구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정당 건설을 위하여 흔들리지 않는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나는 ‘중도개혁주의 세력의 대동단결’과 ‘국민통합정당의 건설’이 바로 그 대의명분이라고 생각한다.

낡은 좌파이념이나 진부한 기득권의식을 거부하고 시대의 진운을 따라 실용주의 개혁을 감당하는 것이 곧 중도개혁주의이다. 이러한 세력은 이제 작은 이해를 떠나 크게 하나가 되어 큰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중도개혁주의 세력의 대동단결은 시대의 요구일 것이다.

나아가 지역패권을 극복하지 않고는 국민통합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나라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통합의 정치가 절실하다. 따라서 우리가 새로 건설해야 할 정당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지향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정계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온갖 혼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작은 이해관계에 매달리다 보면 큰 정당은 만들어지지 못한다. 또 무슨 지도자를 먼저 구하고 뒤에 당을 만들려 하면 때를 놓치고 말 것이다. 오직 위에 말한 두 개의 대의명분 즉, 중도개혁주의 세력의 대동단결과 국민통합정당의 건설이라는 깃발 아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당을 만들면 된다.

그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이 어떤 기득권도 거부하고 오직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나가면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경쟁력 있는 대통령 후보도 국민의 마음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미리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렇게 양대 정당 구도로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 우리 정치는 안정되고 생산적 리더십이 탄생할 수 있다. 국민들이 정당의 비전과 정책, 후보의 인물과 역량을 보고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지진으로 붕괴된 기반 위에 제대로 된 정당이 건설되지 않는다면 대통령 선거는 또다시 낡은 이념과 포퓰리즘 그리고 지역패권의 광기에 휩싸이게 되고, 결론이 어떻게 나던 국민 분열과 국정파탄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이 새로운 차원의 정당을 건설하고 안정적인 양대 정당구도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좌우의 낡은 이념으로부터 자유롭고 미래지향적인 개혁주의 정당, 국민을 편 가르는 지역패권을 극복하고 국민을 통합시키는 정책정당, 이것이 내가 전부터 주장하는 제3의 정치세력이다. 나는 이러한 정당의 건설을 위해 헌신할 각오이다.

2007. 01. 24
이 인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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