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의 ‘대운하 보도 회피’, 알아서 기는 건가? 민주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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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04-04 17: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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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가 2008 총선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대운하 공약을 제외시킨다고 밝혔지만 ‘철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기다가 최근 언론을 통해 정부가 밀실에서 대운하를 상당히 깊은 수준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운하반대 교수들에 대한 정치사찰을 한 것이 보도되었다. 이는 ‘국민을 섬기겠다’, ‘국민의 여론수렴이 우선이다’고 강조한 바 있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중적인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대운하’는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표공약이다. 그러나 이 사업에 대한 여론은 점차 악화돼 왔다. 선거 직후인 2007년 12월 28일 문화일보·디오피니언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48.2%, 반대가 39.8%포인트였지만, 3월 24일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찬성이 20.9%에 불과하고 반대가 63.9%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대운하 추진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충분한 입장 수렴을 통해서 진행되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총선을 통해 국민들의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처럼 주요한 사안에 대해 신문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3월 3일부터 3월 27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서울)의 대운하 관련 기사를 분석해보았다.

1. 대운하 관련 기사의 기사량 분석

조·중·동, ‘대운하’에 무관심


‘대운하’에 대한 신문의 관심도는 큰 차이가 있었다. 경향신문이 59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으며, 한겨레가 54건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중앙일보는 22일간 총 10건의 보도를 내는 데 그쳤으며, 조선일보 17건, 동아일보 25건으로 경향과 한겨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중앙일보의 경우는 무관심에 가까운 수치이다. 이는 보수언론들이 대다수 국민들의 민의를 대변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을 사기 충분하다.

2. 대운하 관련 기사의 보도유형별 분석


중앙일보, 80%가 스트레이트 보도로 심층성 없어


‘대운하’를 다룬 기사 유형을 9가지로 분석해 살펴보았다.

모니터 기간 내 가장 적은 보도량을 보인 중앙일보는 기사의 형식 역시 스트레이트가 80%를 차지했다. 그나마 중앙일보에서 보도한 1건의 칼럼 <4년, 무엇을 남길 것인가>(3/14)마저도 사실상 대운하 사업이 회의적이라는 것을 언급한 수준이다.

한편 서울신문과 조선일보는 대운하에 대한 사설 및 내부칼럼을 한 건도 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12월 사설을 통해 대운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주요 의제로 부각된 시기에 최근에는 오히려 매우 적게 보도하고 사설을 통한 지적도 하지 않은 것이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사설을 비롯해 기획기사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보수언론의 ‘대운하’ 정책에 대해 무관심과 무비판적인 태도는 신문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메이저 언론들이 정부에 대한 비판기능과 국민들의 의견수렴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의심케 한다.

경향·한겨레, 다양하고 꾸준한 구성으로 ‘대운하’ 보도

경향과 한겨레는 대운하 관련한 내용을 다양한 유형의 기사로 보도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9개 유형의 보도 모두를 게재했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대운하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을 살폈다. 또한 경향신문은 내부칼럼(4건)과 외부칼럼(6건) 형식을 통해 대운하에 대한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해 독자들의 이해를 더해 주었다.

한편, 한겨레도 여론조사를 제외한 전 부분에 보도를 구성했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 반대 ‘종교인 100일 순례단’에 동행하는 등 발로 뛰는 취재가 돋보였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기획보도 역시도 각각 4건, 3건으로 심층성이 엿보였다. 이들 신문 각각 기획기사 <4·9총선 D-20 이것이 쟁점 ①대운하>(03/20), <4·9총선 이것만은 따져보자 ①대운하>(03/27)에서 대운하를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이자 검증 정책으로 뽑기도 했다.

3. 대운하 관련 보도의 보도태도 분석

모니터 기간 내 대운하 관련 보도태도를 13가지 유형으로 나눠 살펴보았다.

1) 경향·한겨레 vs 조선·중앙·동아·서울 대운하 찬반입장 전달 비중 달라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대운하 반대 측 입장을 40.7%, 39%라는 높은 비중으로 할애한 반면 조선, 서울, 동아, 중앙은 찬성 측 입장을 더 많이 보도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대운하 반대 측 입장과 움직임을 언급하는 보도가 단 한 건뿐이었다.

특히 조·중·동은 의견기사를 통해 ‘소극적’이나마 대운하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거나,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라고 주장했으나 정작 사실기사에서는 운하에 대한 보도에 매우 소홀했다. 보수언론은 대운하에 대한 정책검증 자체도 거의 하지 않았으며, 반대여론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대운하 추진에 있어 불리한 소재는 대부분 기사화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대운하’를 총선공약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여론이 거셌지만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한 다른 신문은 의견기사를 통해 적극적인 비판에 나서지 않았다.

동아, 대운하를 총선에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정략적인 것이라고 주장

동아일보는 19일 객원 논설위원 칼럼 <좋은 일도 잘해야 한다>(윤평중 한신대교수)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에 보이는 잘못들을 지적하며 “경부대운하 사업을 당 공약에서 뺀 채 총선을 치르는 것도 비겁한 일”이라고 지적한 것이 전부였다. 한편 동아일보는 22일 <대운하와 총선>(전진우 칼럼)을 통해서는 “도대체 대운하만 보고 표를 찍을 유권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대운하를 총선에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정략적인 것이다”며 한나라당의 해명과 똑같은 말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했다.

한겨레는 19일 미디어비평 칼럼 <‘대운하 총선 비켜가기’ 침묵하는 언론>(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에서 “추진은 계속하되 대운하 문제를 공약에서는 왜 빼겠다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더욱 황당한 것은 이와 같은 일이 벌어져도 대부분의 언론이 이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어 지적했다.

낙동강 페놀사고로 불거진 대운하 쟁점화 애써 외면

낙동강 페놀사고는 단순 사고로 볼 수 없다. 운하가 생겼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 지 보여주는 ‘예고편’인 것이다. 대운하 구상에 따르면 한강과 낙동강에 19개의 갑문과 16개의 수중보가 설치되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화물선이 강을 지나다니게 된다. 운행할 때 나오는 폐유와 폐기물만으로도 이들 화물선은 이미 식수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고, 조그마한 사고가 한 번만 발생하더라도 그로부터 야기되는 수질오염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공포가 될 것이 자명하다.

이번 사고가 예고한 위험에 대해 한겨레는 4일 <페놀 오염이 보여주는 ‘대운하’의 미래>를 통해 제일 먼저 대운하 추진은 “국민 생명을 판돈 삼아 결과가 뻔한 도박”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향신문은 10일 외부칼럼 <낙동강의 경고음>(안병옥 환경연합 사무총장)을 통해 대운하 강행 때 낙동강은 ‘페놀 고속도로’가 될 것이라며, 현장을 강조하는 대통령이 “지금 당장 페놀유출 사고현장부터 달려가 볼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도 같은 날 11면 <페놀사고로 대운하 논란 쟁점화>에서 환경단체를 비롯한 정치권의 논란공방을 다뤘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 사안을 축소 보도했다. 각계각층이 이 사고와 대운하 사업을 연계해 문제점과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도 보수언론이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 것은 간접적인 대운하 편들기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정부 여당 대운하 정책 추진 혼선에 대해 침묵

24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대운하를 원점에서 차분히 검토하겠다며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대통령은 “우리국토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계적 입장이나 소극적 입장이 아니라 큰 입장에서 구조를 한 번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며 대운하 추진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속히 늘어나며 총선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듯 같은 날 정부와 여당이 혼선을 빚고 있다면 이는 분명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5일 경향과 한겨레만이 1면에서 대통령과 강 대표의 발언을 정리한 기사를 내보냈을 뿐이다. 26일에는 ‘대운하 전도사’ 이재오 의원마저 “국민의 뜻을 직접 묻는 방법을 택할 것을 대통령께 건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경향은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정책 혼란에 대해 해설기사와 칼럼을 통해 적극적으로 비판했다. 26일 <반대여론 전국으로 확산…당·정·청 우왕좌왕>을 비롯해 칼럼 <달려라, 오바마>(김철웅 논설위원)를 통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최소 총선 공간에서부터 대운하 여론수렴의 일정과 방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제시돼야 한다…그것만이 그간 당·청 일체 ‘구호’가 무색하도록 혼선만을 거듭하면서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상황을 벗어나는 길인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대운하 정책 발표로 빚어지고 있는 사건·사고 알고도 보도 안하는 것인가

최근 대운하 건설과 부동산 규제완화 분위기와 맞물려 투기와 사기 등 사건·사고가 잇달아 일어났다. 한겨레(4건)와 경향(3건), 서울(1건)의 보도에 따르면 대운하 반대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관제성’ 대운하 지지 대회의 ‘뻥튀기 홍보’, ‘한반도 대운하’ 가상도를 담은 ‘대운하 상품권’ 대량 유통, ‘허위정보를 이용한 기획부동산 사기’ 등 다양한 형태의 사건·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러한 사건·사고 기사에 대해 단 한건의 기사도 내지 않았다.

한겨레, ‘민자 컨소시엄’ 보고서 입수 통한 경부 운하 검증 돋보였다

한겨레는 25일 가칭 운하건설에 참여할 건설사 컨소시엄의 ‘경부운하 민간투자사업’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입수해 애초 대운하 건설 계획을 측면 지원해 온 한반도대운하연구회(이하 연구회)의 주장을 뒤엎는 검증기사를 내보냈다. 1면과 3면에 걸친 기사 <경부운하 배 5000t→2500t 축소/ “다리 68곳 철거·개축 최소 2조 비용 추가”>, <잠수교 등 전국 다리 9개는 뜯어내고 반포·잠실대교 등 28개 재공사해야>는 ‘참과 거짓’을 명확하게 가렸다는 평가다. ‘대운하 보고서’는 운하 건설에 참여할 건설사들이 마련한 실측조사 보고서다. 애초 연구회는 “운하 구간에는 5천톤짜리 배가 다닐 수 있으며, 손을 봐야하는 다리 수도 25개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보고서에 의하면, 배의 규모는 2500톤으로 물동량 예측치가 절반으로 수정됨으로 운송비가 증가되고, 손봐야 할 다리 수가 68개로 늘어나 교통대란의 파행을 감수해야 한다. <한겨레 21>은 창간특집호에서 5000톤 바지선을 기준으로 하면 “이상이 발견되는 다리 수는 83개”라고 보도한 바 있다. 대운하 반대 교수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사람들”이라고 평가 절하하던 운하 찬성론자들의 ‘정확’하고 ‘진실’한 주장이 과연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돋보이는 검증보도였다.

4. 대운하 관련 기사의 기사비중 분석

신문사별로 대운하에 대한 비중을 어떻게 두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대운하’가 제목, 혹은 부제목으로 언급되고 있는지, 제목에는 없으나 기사에서 비중있게 다뤄졌는지, 기사에서만 간략하게 언급되는 수준에만 그친 기사인지 순으로 평가했다.

중앙·동아, ‘대운하’ 축소 보도

중앙일보는 제목과 부제목으로 ‘대운하’를 언급한 횟수가 각각 1건(10%) 씩에 그쳤으며, 동아일보 역시 4건(16%), 2건(8%)으로 나타났다. 이 밖의 신문이 58%~73%까지 ‘대운하’를 제목과 부제목에서 드러낸 것에 비하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또한 동아와 중앙은 ‘대운하’를 간단히 언급하는 수준의 기사가 전체의 64%, 60%였던 것으로 나타나 이들 신문이 의도적으로 ‘대운하’ 관련 보도를 축소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신문은 총 기사 중 ‘대운하’를 제목과 부제목에서 73.4%로 가장 많이 노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 건수별로는 경향신문이 35건, 한겨레 33건순으로 가장 많았다.

5. 대운하 관련 기사의 취재원 분석

정당별로 한나라당과 창조한국당이 가장 많은 비중 차지

대운하 관련 기사의 취재원을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35.3%)와 동아일보(32%), 서울신문(26.7%)은 대운하 찬성 측을 기사 주체로 가장 많이 다루었으며, 한겨레(53.7%)와 경향(45.8%)은 반대 측을 많이 다뤘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과 창조한국당의 취재원이 가장 많았다. 이는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과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출마한 지역구가 ‘대운하 정책에 대한 상징적 대결’을 벌이고 있는 구도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결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창조한국당의 기사 비율을 보면, 조선일보 4:1, 중앙일보 2:3, 동아일보 4:2, 한겨레 3:2, 경향 2:3, 서울 7:1로 나타났다. 한편, 대운하와 관련한 정당들의 노출 비율을 살펴보면 경향신문만이 고른 비율을 보였다.

대운하 보도, 정당 간 입씨름 중계가 아닌 발로 뛰는 정책검증보도가 되어야

이번 모니터 결과, 조·중·동은 한 달여 동안 지극히 적은 보도량으로 ‘대운하’에 무관심했다고 평가된다. 조·중·동은 대운하 추진에 불리한 소재는 기사화하지 않았으며,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대운하 공약을 제외한 것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비판을 가하지 않았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대운하를 총선에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정략적인 것이라며 본질을 호도했다. 낙동강 페놀사고와 관련해서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 대해 철저히 외면했다. 당·청이 대운하 정책에 오락가락한 입장을 내고 있는 혼란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대운하 예정지역의 투기와 사기 등 사건·사고에 대해서도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중앙과 동아는 적은 보도 중에서도 대부분이 ‘대운하’라는 표현을 제목으로 뽑지 않았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다양한 구성과 검증으로 꾸준하게 ‘대운하’에 대한 쟁점을 독자들에게 알렸고, 반대 여론의 움직임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총선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모두 말로는 ‘정책 대결’을 외치면서, 대운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언론이 아무리 애써 회피하려고 했어도 현재 대운하는 가장 주요한 선거쟁점으로 대두되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신문은 정당 간 유세에서 나오는 한두 마디 말을 옮기는 수준의 보도에서 벗어나, 언론사의 명예를 걸고 대운하 정책을 검증해보려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모니터 대상: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
모니터 기간: 2008년 3월 3일 ~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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