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대운하’를 총선 ‘최대 쟁점’이라 말하지 말라 민주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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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04-04 17: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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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국토 해양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추진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의 내용이었다. 한반도 대운하 착공 시점을 2009년 4월로 못 박고, 구체적인 추진 계획까지 세워둔 것이다.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에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운하 추진을 철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전문가와 상의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앵무새 해명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한나라당 이외의 대부분의 정당이 대운하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겁한 꼼수를 비판하고 있어, 대운하는 이번 총선 ‘정책대결’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대운하 관련 보도, 사회적 파장에 비해 부족해

이렇게 ‘대운하’를 둘러싼 총선 정국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방송 3사의 ‘대운하’ 관련 분석 보도는 찾기 힘들었다. 2008년 3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보도를 분석한 결과 총 68건의 관련 보도 중 54건의 보도(79.4%)가 스트레이트 보도로서 심층성이 결여돼 있었다. 한편, 분석 보도는 MBC 3건, KBS 3건, SBS 4건에 그쳤다.

‘대운하’를 한번 언급한 수준의 보도가 ‘대운하’ 관련 보도의 절반이 넘어

KBSMBCSBS총합‘대운하’ 단어만 언급한 수준의 보도1191535대운하를 제대로 다룬 보도정당 간 공방37616여론조사-112검증보도 2237교수 성향 조사1102기타 (대운하반대조직화)3218소계9131133대운하 관련 총 보도 수 20222668<표2> 방송3사 대운하 관련 보도의 주제 분석MBC가 3월 25일 <총선쟁점 급부상> 보도에서 “뚜렷한 쟁점이 없는 가운데 대운하 공약을 둘러싼 공방만은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밝혔듯 대운하는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대운하 자체를 검증하려는 보도는 거의 없었다. ‘대운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담기지 않은 채, 기사나 제목 속에 ‘대운하’라는 단어만이 담긴 수준의 보도가 전체 ‘대운하 보도’ 68건의 보도 중 절반 이상(51.5%)을 차지하는 35건이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렇듯 ‘대운하’ 단어만을 언급한 ‘구색 맞추기’식 보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운하 관련 보도는 MBC 13건, SBS 11건, KBS 9건이라고 볼 수 있다.

대운하를 제대로 다룬 보도 중에서도, 정당 간 공방으로 처리한 보도가 많아

그나마 제대로 대운하를 다룬 보도 중에서도 이를 제외한 보도 중 정당 간 공방으로 처리한 보도가 MBC(7건), SBS(6건), KBS(3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KBS는 정당 간 공방과 대운하 반대조직들의 움직임을 각각 3건씩 다루었다.

한나라당이 대운하를 총선 공약에서 제외하는 등 대운하 논의 자체를 꺼려하는 상황에서 정당 간 입장차를 명확히 보여주는 보도는 대운하를 총전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하나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당 간 공방으로만 대운하를 처리한 것은 정작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대운하에 대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에 대한 기본자료를 전혀 주지 못한 것이다.

방송사는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당들이 대운하 반대 노선을 취하며 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운하’ 관련 공약을 검증하는 것은 특정정당에 불리한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방송사로서는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운하’에 대한 검증보도는 정략적이고 정치적인 선동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사회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분석함으로써 국민들이 의제에 관심을 갖도록 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이다. 따라서 대운하 보도에서 언론이 지나치게 정당 간 공방 중심으로만 보도한 것은 기계적 균형에 빠져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한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BS, 국토 해양부 보고서 특종 돋보였으나, ‘교수 성향조사’ 유일하게 보도 안해

SBS는 3월 27일 단독 보도 <구체계획 없다더니>(박수택 기자)에서 정부의 ‘겉다르고 속다른 대운하 추진’ 움직임이 기록된 국토 해양부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던 정부가 이미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전략까지 세워” 두었으며, “경인운하는 올해 말 착공을 추진”하는 한편 대운하도 ‘임기 내 완공’을 전제로 추진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SBS는 보고서를 토대로 사실상 환경평가 절차를 편법을 이용해 간소화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내년 4월 착공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법령을 어떻게 만들고 고칠 것인지 방향도 잡아놨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정부는 이미 운하 사업자의 수익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관광단지나 도시 개발 같은 부대사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까지 넣어두었다고 한다. 정부가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해 어떠한 속임수를 쓰고 있는지 SBS가 면밀하게 전달함으로써 국민들의 판단을 더한 돋보이는 보도였다.

SBS는 보고서 내용을 전달한 보도 3건 외에도 26일 <정당 따로 후보 따로>(김호선 기자)에서 “대운하 사업에 대해 한나라당 후보자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거나 입장을 정하지 못”한 사실을 간략히 지적한 보도를 냈다.

그러나 특종 이후에 SBS의 대운한 관련 보도는 부실해졌다. 특히 KBS와 MBC가 모두 보도한 ‘대운하 반대 교수들의 성향 조사’ 는 전혀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알고도 못한 것인지 알면서도 안 한 것인지는 차치하고라도, 특종을 터트린 사안에 대해서 오히려 이후 관련내용에 침묵한 것은 정부여당에 대한 ‘몸 사리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MBC, 대운하 공약 배제는 적극적으로 지적했으나 검증보도는 아쉬워

MBC는 3월 18일 <‘대운하’ 최대쟁점>(왕종명 기자)에서 한나라당이 교육과 대운하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은 것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보도는 한나라당이 공약집에 ‘대운하’와 ‘영어 공교육’이란 단어를 자체를 집어넣지 않기로 했음을 문제제기하며 “포기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거론되는 게 선거에 큰 부담임을 스스로 인정한 겁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25일 MBC는 총선 정책보도 시리즈 첫 순서로 ‘대운하’를 다룬 <총선쟁점 급부상>을 보도했다. 그러나 대운하를 둘러싼 각 당의 공방만을 다루어, 적극적인 검증이었다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MBC는 분석보도 3건 중 2건은 SBS보도에 이은 국토해양부 보고서 입수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28일 <문건대로 진행중>(이주승 기자), 29일 <꼬리무는 의혹>(이주승 기자)은 현장취재를 통해 ‘국토해양부 보고서’대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하며, 정부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는 해명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는 데 방점을 찍었을 뿐이다.

KBS, 검증보도 부족해

KBS는 3월 10일 보도 된 <관심은 부대사업>(이경호 기자) 외에 이렇다 할 대운하 관련 검증보도가 없었다. KBS는 “민간 건설사들은 대운하 자체의 수익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대운하보다 부대사업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한나라당이 대운하를 총선 공약에 대운하를 제외하는 등의 현실은 “건국이래 최대 규모라는 대운하 사업은 현재 정부가 아이디어만을 제공하고 건설사들이 밑그림을 그리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KBS는 28일 <추진 계획 구체화>(김나미 기자)에서 국토 해양부 보고서와 관련해 정부의 주도적인 대운하 사업 추진의 증거를 제시했다. KBS는 미국에 있는 한국인 교수가 미국의 운하 관련 분야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제시하며, 대운하 추진을 위해 정부가 “해외 전문가 영입 작업까지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4월 1일 <쟁점 없는 선거>(최동혁 기자)는 심층 취재 보도형식을 띠며 대운하를 언급했지만, “야권은 연합전선을 펴면서 대운하 이슈화에 나섰지만 공약에서 제외한 한나라당은 발을 빼고 있습니다”고 전달한 내용이 전부였다. 더욱이 보도는 ‘대운하’가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해 있는 상황에서 “특별한 쟁점이 없다”는 점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적절치 않았다.

방송 3사, 진정한 ‘대운하 정책 검증보도’를 시작하라

대운하에 대한 의견수렴은 간 데 없이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게 될 경우, ‘대운하 특별법’이 제정되고 이를 기반으로 대운하 사업이 무섭게 추진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기에 2008년 총선은 ‘대운하’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모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여기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은 언론이다. 물론 방송 3사는 보수신문과 비교해서는 ‘대운하’를 총선 의제로 부각시키는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대운하를 단순히 정당 간 공방의 주제로만 다루거나 ‘쫓아가기’식 으로 보도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언론은 단순히 쟁점을 부각시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신하여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증해 공론장을 마련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총선이 불과 6일 남았다. 방송 3사는 대운하가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라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철저한 분석을 통해 국민들의 판단을 도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모니터 대상:KBS, MBC, SBS 메인뉴스 ‘대운하’ 관련 보도
모니터 기간: 2008년 3월 1일 ~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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