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작통권을 한국에 이양하려 할까? 민주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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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08-30 16: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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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세상이 난리다. 가히 내란 상태라고 할 만하다. 외국으로부터의 침공만 난리가 아니라 국내적으로 국민이 편을 가르고 갈기갈기 찢겨져 사생결단하고 싸운다면 이 또한 난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국민이 갈기갈기 찢겨져 싸우는 것도 문제지만 이 싸움이 이성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잃은 채 맹목적 편 가르기에 따라 싸운다면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우려하는데, 내가 보기로도 나라가 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나라를 구할 방안을 알아도 그것이 국민적 합의 속에 실천되지 못하면 망국을 막을 수 없을 텐데, 나라를 구할 방안을 알지도 못한다면 정말로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구한말 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경고하고 구국을 위한 활동을 수없이 전개했는데도 나라가 망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 아닐까 싶어 심히 두렵다.

이처럼 나라가 망해가는 징조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전시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문제를 둘러싼 공방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작통권을 환수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국가안보상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를 둘러싼 정략적이고도 소모적인 논쟁이 국가안보를 더 위태롭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니까 편을 갈라 상대방 공박에만 열을 올리는 논쟁이 국가안보를 더 위태롭게 할 정도가 된 것 같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없이 정략적이고도 소모적인 논쟁을 끊임없이 전개하면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없다. 옳고 그름의 싸움이 아니라 이기느냐 지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어는 한 편이 이기거나 질 때까지 전개될 전망인데, 그때도 이런 싸움을 근원적으로 해소할 정권이 나와야지 그렇지 못하다면 정말로 큰일이다.

그래서 필자 생각으로도 옳고 그름을 따져 어느 한쪽을 설득할 생각은 별로 없다. 왜냐 하면 설득될 사람들이 아니니까. 그러나 깨어있는 소수라도 이 문제의 실체를 바로 알고 올바르게 대처해야 하겠기에 작통권 문제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밝혀보고자 한다.

그러면 작통권 문제가 왜 현안이 되고 한미간에 작통권 환수(단독행사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이런 구분 또한 정략적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흔히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노선’ 때문에 일어나는 일로 파악한다. 노 대통령이 그러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즉 미국의 반대 내지 소극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민족자주의 입장에서 작통권을 환수하려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필자가 보기로는 노 대통령의 ‘자주노선’도 한 원인이기는 하나 미국의 입장이 더 근본적인 원인일 것 같다. 미국은 은근슬쩍 노무현 정권의 ‘자주노선’에 동조하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미국의 한반도 군사전략을 관철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 미국 군수산업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작통권을 이양하려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국에 더 이상 미군을 잔류시키고 싶지 않은데, 작통권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한 상당수의 미군을 한국에 잔류시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운 작통권을 한국에 이양해버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면 미국은 왜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지 않으려 할까?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은 가까운 시일 안에 북한을 무력 침공할 의사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 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결국 북한정권의 붕괴를 가져올 군사적 공격 밖에 없다고 보는 것 같다. 북한은 북한체제와 북한정권의 존립을 위해 어떤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도 핵무기를 보유하려 할 것 인 바, 이것은 절대로 협상에 의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계획을 갖고 있고, 지금까지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경우, 이 침공은 북한정권의 붕괴를 가져올 만큼 대대적인 것이 되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그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남한을 향해 공격할 것이다. 즉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이다. 이때 미군이 남한에 주둔하고 있어서는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미국의 전면적 개입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강력하게 공격하고 싶기는 하지만 이로 말미암아 지상군을 투입해서 미군 전사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공중전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으로서는 미군이 남한에 없어야 북한을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고, 이를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이미 2,3년전에 많이 있었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님은 물론이다.

다음으로 미국은 신군사전략에 따라 지상군 위주에서 해공군위주로 바꾸고 있는 바, 이에 따라 주한미군을 철수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이를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주둔을 전제하는 작통권을 미국이 보유해서는 안 되는 것이어서 한국에 넘기려는 것이다. 미국의 신군사전략은 기본적으로 군사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데 기초하고 있으나, 군사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에 작통권을 이양하면서 한국에 엄청난 양의 군사장비를 판매하려고 한다. 한국이 독자적 전쟁수행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수전력으로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비롯해서 감시정찰정보(ISR), 지휘통제통신(C4I), 정밀타격(PGM) 등을 위한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데 미국으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260억 달러 정도가 되리라고 한다.

따라서 작통권 환수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국방 노선에 입각해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이 노 대통령의 ‘자주국방 노선’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한국의 ‘친미보수세력’이 노무현정권의 작통권 환수정책을 격렬히 비난하면서 작통권 환수를 반대하는데도 미국은 “작통권이 한국에 이양돼도 한국의 안보에 아무 지장이 없다”,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의 군사력보다 우위에 있다”, “작통권이 환수되더라도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고 한미동맹도 지속될 것이다”는 등의 발언으로 작통권 환수를 합리화하고 있다. 이것은 작통권 환수가 미국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 곧 미국의 국익을 위한 조침임은 물론이다. 미국의 이 국익에는 미국의 군수물자를 한국에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이 포함됨은 물론이다.

그러면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환수하는 것이 옳다. 환수하고서도 미국이 한국의 안보에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자존심이나 자주국방노선 때문에 작통권을 환수하는 것이라기보다 미국이 작통권을 이양하겠다는데 이양받지 않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간의 우호가 돈독하도록 해서 이 문제가 미국의 국익에 따라서만 처리되지 아니하고 한국의 안보상황이 충분히 고려되면서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 좋았겠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해서 작통권 환수를 반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정권의 작통권 환수 주장은 옳은 것인가? 작통권 환수는 불가피하지만 노무현정권의 작통권 환수 주장이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노무현정권은 작통권 환수를 정치선전용으로 이용함으로써 국민의 안보불안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국민을 크게 분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국가안보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실제로는 미국에 밀려서 작통권을 환수하는 측면이 더 강하면서도 마치 자신이 자주적이어서 작통권을 환수하는 것처럼 처신하고 있는 바, 바로 이 점 때문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부시 대통령이 나를 좋아하는 줄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할 때는 그것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 대통령이 생각할 때 미국의 요구를 잘 수용해주니 부시 대통령이 자신을 좋아하리라고 볼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을 좋아하리라고 본다. 노 대통령의 ‘자주노선’이 미국의 국익에 방해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의 국익관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작통권 문제를 볼 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는 작통권 논란은 가히 망국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면서 무엇이 국가안보와 국익에 부합하느냐를 따져 논란을 벌여야 하는데, 친미냐 반미냐, 친노냐 반노냐, 친북이냐 반북이냐로 갈리어 자기와 다른 주장을 펴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적행위를 하는 사람쯤으로 간주하고서 싸우니 국가안보에도 국익에도 부합할 리가 없다.

자주국방 내지 작통권 환수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집단안보체제의 구축이 일반화되어 있는 터에,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터에 미국의 안보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안보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미국에 안보를 구걸할 일은 결코 아니지만 미국을 일부러 멀리 할 일도 아니다. 자주국방의 개념에서 보더라도 미국의 안보지원은 기피할 일이 아니며 더욱이 미제국주의의 앞잡이일 수는 없다. 안보에는 결코 설마가 없어야 하며 국가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작통권 환수와 관련하여 현재와 같이 노무현정권의 작통권 환수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일에 주력하기보다 미국의 작통권 이양 의도가 무엇이며, 작통권 이양 과정이나 그 이후에 한반도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을 간파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한국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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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표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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