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EO가 늘어나려면
-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미국 클린턴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공직에 처음 나선 것은 세 딸을 낳아 기르던 서른아홉 나이에서였다. 17년간 주부로 일하던 여성이 뒤늦은 나이에 사회에 진출해 미국 국무장관까지 오른 것이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또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 슬하에 자라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과 정치인, 총리로서의 삶을 동시에 유지했고, 영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훌륭한 여성 총리로 기록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여성이나 나이 때문에 차별을 하거나 경력관리에 불이익을 주는 사회가 아닌, 여성도 마음 놓고 일하고 꾸준한 경력관리가 이어지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의 사회참여 및 경력관리는 본인뿐만 아니라 회사의 성패, 혹은 국가의 미래까지 좌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최근 한 경영전문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사원 중 20.8%가 여성CEO 탄생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결과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취업 여성들은 결혼과 함께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두면, 바로 경력 단절로 이어진다. 어렵사리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비정규직이나 결혼 전보다 낮은 임금과 지위의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로는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국가차원의 능력개발 지원제도도 미비해 제도적 뒷받침이 이어져야 할 상황이다.
여성가족부는 여성가족 비전2030 계획에 따라 경력 단절 여성의 직업 훈련을 다양화하고,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의 능력개발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전업주부의 직장복귀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남성중심적인 직종에 여성들의 선도 과정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취업 기회를 확대할 생각이다.
또한 경력관리를 위해 전문대학에 전업주부들의 입학기회 부여를 확대하도록 권고하고, 경력 단절 여성 구직자들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필요한 일자리에 여성들의 취업을 연계해 나갈 것이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여성총리 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여성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