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법복 새로 갈아입을 때
- 사법개혁법, 로스쿨·배심제 등 사법선진화 담아

6·25 한국전쟁이 끝난 지 50여 년이 흘렀다. 그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괄목할 만한 사회발전이 이루어졌음에도 우리의 사법시스템은 50년 전의 것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형사법의 경우 당시 일본형법 가안을 토대로 만든 형법이 몇 개의 조문이 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도 그대로이며, 형사소송법의 경우에도 전란 중에 일본, 미국의 제도를 조합하여 만든 이래 소송구조의 형태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형성되었던 ‘관(官)’으로 대변되는 국가(기관)에 대한 인식이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정치 사회면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국민 사고가 성숙되고 인식의 수준은 반세기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간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 국민소득 2만달러의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고,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세계 제1의 인터넷 강국이 되었다.
사법제도, 아직도 농경사회 아날로그 기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제도는 아직도 반세기전 농경사회의 아날로그 시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형편이며, 이러한 법률로는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조류를 규율하기는 부적절하게 되었다. 이제 50년간 입고 있던, 기우고 또 기워서 거의 누더기가 되어 있는 낡은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을 시점이 된 것이다.
가까운 일본이나, 우리와 유사한 대륙법계인 독일의 경우만 하더라도 예심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국민이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제도를 시행해 보기도 하고, 참심제와 고등법원 상고부를 운영하는 등 끊임없는 사법개혁을 통하여 괄목할 만한 제도의 발전을 이루어왔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마련
우리나라에서도 그간 사법개혁 노력이 시도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1993년 ‘사법발전위원회’, 19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 1999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와 같은 대통령 자문기구 등이 설치되어 사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사법제도 개혁에 관한 많은 훌륭한 방안을 제시한 바가 있었으나, 아쉽게도 법제화에 모두 실패했다. 그 개혁안들 중에는 오늘날 사법개혁 논의시마다 거론되는 주제인 로스쿨의 도입, 법조양성 제도의 개선, 법조비리의 근절 뿐만 아니라, 형사절차에서의 인신보호 확대 등의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현 정부에 들어서 이들 노력을 집대성하여 사법개혁의 완결판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개혁방안이 만들어졌다. 대법원장 자문기구로 설치된 ‘사법개혁위원회’가 2004년 말에 건의한 내용을 토대로, 2005년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설치되어 정부, 법조계, 학계뿐만 아니라 언론계, 노동계, 여성계,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모여 획기적인 개혁안을 법제화하는데 성공하였다. 그 ‘사법개혁 법안’이 법무부를 거쳐 금년 초에 국회에 제출되어 현재 법사위에서 심사 중에 있다.
양형기준 마련, 공판중심주의 등으로 ‘무전유죄’ 불신해소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법과대학이 고시원화 하는 문제점을 바로잡아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소위 ‘고시 낭인’을 없애 인재의 효율적인 배분을 도모하며, 다양한 전공의 법률전문가를 양성하여 법률 문화의 세계화·국제화 흐름에 발맞추기 위하여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을 설치한다.
둘째, 국민이 형사재판이 직접 참여하는 배심제도를 도입하며, 셋째,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 일정한 사건의 상고심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상고심에 대한 국민의 접근 가능성을 높이는 등 국민에 대한 사법서비스의 수준을 제고한다. 넷째, ‘양형기준’을 마련하여 양형 관련 유전무죄 등 국민 불신 해소를 위해 독립된 양형위원회 설치, 다섯째는 법조윤리를 확립하여 법조비리를 근절이다.
여섯째는 형사절차를 대폭 개선하여 석방제도를 통합하는 등 인신구속을 최소화하고(인신구속제도의 개선),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며(공판중심주의의 확립), 피고인을 가벼운 형사사건으로부터 조속히 해방시키고(경죄사건의 신속처리 절차), 억울한 고소·고발인의 구제를 실질화하는 한편(재정신청의 확대) 범죄피해자 보호 대책을 강구하고, 마지막 일곱번째는 군사법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반세기만에 일신, 선진국 수준 제도적 기반되길
이들 법안은 실로 반세기만에 우리의 사법제도를 일신하는 것으로, 앞으로 우리가 지향하여야 할 사법의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법이 되도록 하는 전향적이고 개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개혁안이 조속히 법제화되어 우리의 사법제도가 한 단계 발전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되길 희망한다.